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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보 위주 주택대출 수술 상환능력 소득 함께 봐야” |
부동산 거품 막으려면
강남과 분당 등 이른바 ‘강남벨트’ 아파트값 폭등에 주택담보대출이 ‘불쏘시개’ 구실을 했다는 지적이 일면서, 이번 기회에 담보 위주의 주택담보대출 관행을 고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담보 평가와 함께 미래 원리금 상환능력인 소득 수준을 평가해 대출 한도와 연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소득도 없는 사람에게 담보만으로 거액을 대출해 줄 경우 단기간 급등에 따른 거품이 꺼지면 그 충격이 고스란히 금융권 부실로 돌아와 전체 경제 시스템에 충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은 철저히 담보 위주로만 이뤄질 뿐 소득 수준을 감안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예외적으로 주택금융공사 모기지론(장기주택담보대출)의 경우 매달 원리금이 월 소득의 33%를 넘지 않는 수준에서 대출 한도를 정하도록 해 상환능력을 대출과 연계하고 있을 뿐이다.
특히 강남권의 경우 최근 자고나면 값이 오르는 통에 아파트를 담보로 잡으면, 소득이 없거나 미미해도 시가에 근접한 수준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는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실제로 최근 양도소득세 탈루 혐의로 국세청의 세무조사 대상에 오른 김아무개(56·무속인)씨의 경우 세무서에 신고된 연 소득이 1200만원에 불과하지만 강남에 있는 아파트 36채를 담보로 10개 금융회사로부터 무려 134억원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았다. 이 정도 대출이면 이자만 한해 8억원 정도에 이른다. 김씨가 신고한 소득으로는 한달 이자도 갚기 어렵지만, 은행 등 금융권에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한 외국계 은행 관계자는 16일 “미국 등 금융선진국에서는 담보가치보다 상환 능력을 우선해 대출 한도를 정한다”며 “이렇게 해야 고객의 건전 대출을 유도할 수 있고 부동산 거품이 꺼지더라도 고객의 소득으로 원리금 상환이 가능해 은행 부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홍콩의 경우 집값의 거품 붕괴를 겪었지만 상환 능력을 철저히 따지는 관행이 자리잡아, 금융권의 충격이 크지 않았다는게 전문가 설명이다.
박재하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가장 나쁜 시나리오는 금리가 오르면서 거품이 꺼지는 상황인데 한국에서 이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며 “은행권은 이런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여한다”고 말했다. 박 연구위원은 이어 “현재 금융감독원 규정에도 대출 때 상환능력을 감안하도록 하는 제도(FLC·Forward Looking Criteria)가 만들어져 기업 대출에 적용되고 있다”며 “정부가 이를 가계 대출에도 적용할 필요가 있지만, 이에 앞서 금융권 스스로 고객의 상환능력을 감안해 위험을 관리하려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조성곤 기자 c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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