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판짜기 왜 나섰나=17일 열린 노무현 대통령 주재의 부동산 대책 점검회의 이전까지 정부는 이른바 ‘강남벨트’ 지역 아파트값 급등 현상에 대해 “국지적이며 중대형 평형에 제한된 현상”이라는 진단을 고수했다. 하지만 아파트값 상승이 강남벨트를 넘어 일산이나 목동 등으로 확산될 조짐이 나타나면서 정부의 상황 인식에 변화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 전국적인 땅값 상승 현상도 이런 인식 변화에 한몫했다.
정문수 청와대 경제보좌관은 “기존 부동산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위기에 있고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어 모든 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실효성과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데 회의 참석자들이 인식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참여정부가 ‘집값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 수시로 정책을 내놓았지만, 기존 부동산 정책이 시장을 적절히 제어하는 데 성공하지 못했음을 간접적으로 시인한 셈이다.
정부는 앞으로 대안 마련을 위해 당정 공동기획단을 만들고, 여야 협의, 국민과의 토론을 거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정책의 실효성을 확보하고, 나아가 사회적 합의를 토대로 정책의 제도화를 공고히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무효화 아닌 재검토”=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2003년의 ‘10·29 대책’과 지난 5월의 ‘5·4 대책’이 근간을 이루고 있다. 10·29 대책은 부동산 보유세를 점진적으로 강화하고, 일정 수준을 넘는 부동산 부자들에게는 1~3%라는 고율의 종합부동산세를 매겨 과다한 부동산 보유 심리를 억제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5·4 대책도 부동산 양도소득세를 실거래값으로 전면 과세하는 일정을 앞당기는 내용을 담고 있다. 모두 세제를 위주로 한 정책들이다.
정부가 모든 제도와 정책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하기로 한 만큼 이들 세제 대책도 변화가 예상된다. 하지만 이미 시행되고 있거나 시행 예정인 이들 제도를 아예 무효화시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보다는 세제와 함께 금리 등 거시경제 차원에서의 대책을 보완하거나 오히려 세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갈 수도 있다는 게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정 보좌관은 “기존 대책의 무효화라기보다는 말 그대로 근본적인 재검토”라며 “협의가 되면 기존 정책 일부를 없앨 수도 있고, 강화될 수도 있고, 없던 정책이 들어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 보좌관은 이어 “부동산 초과이익의 기대심리를 억제하고 시장의 투명화를 통해 안정시킨다는 기존 대책의 근간은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고 말해, 추가적인 보완에 무게를 뒀다. 조성곤 기자 c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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