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이렇게 잡자
① 종합부동산세 강화
부동산 투기열풍은 우리 사회가 넘어야 할 산이다. 이 산을 넘지 않고는 기본적인 경제 정의도, 정상적인 돈흐름도 기대하기 어렵다. 정부는 “헌법만큼 바꾸기 힘든 부동산 대책을 8월 말까지 내놓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그러나 집값 오름세는 이를 비웃듯 확산되고 있다. 과연 집값 폭등의 해법은 없는가? 확고한 의지로 합리적인 법과 제도를 갖추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부동산 정책을 둘러싼 여러 쟁점들을 하나하나 따져보며, 투기를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는 구체적인 대안을 찾아본다. 국민은 이번에야말로 투기가 뿌리뽑히기를 바란다. 편집자
실거래가 기준 6억이상으로…과표구간도 정비 필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ㅎ아파트 65평형은 올 들어 6개월 동안 시세가 13억원대에서 19억원대로 무려 40% 이상 뛰었다. 그러나 이 아파트의 국세청 기준시가는 대략 8억~9억원대에 그친다. 올해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대상이 되거나 기껏 내년에 포함될 수 있다. 종부세는 이 아파트의 가격 상승을 막는 데 아무런 구실을 하지 못했다. 부동산 부자의 보유세 부담을 높여 과다보유 심리를 억제하겠다는 취지는 투기광풍 앞에서 무력했다. 이에 따라 최근 값비싼 주택 위주의 집값 급등을 잡기 위해서는 종부세를 취지에 맞게 크게 강화해야 한다고 조세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종부세 대상 주택이 전체의 2~3%는 돼야=종부세는 주택과 노는땅(나대지), 사업용 토지 등을 일정 규모 넘게 가진 부동산 부자를 대상으로, 기준금액 초과분에 대해 1~3%의 높은 세율로 물리는 세금이다. 값비싼 부동산의 투기 심리를 억제하고 지방과 수도권의 세수 형평을 꾀하기 위한 세금이지만, 어느 쪽도 기대하기 어렵다. 현행 기준으로는 2만2천채(단독 5천채, 공동주택 1만7천채) 정도가 종부세 대상이어서, 전체의 0.2%에도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종부세 기준을 강화해 대상을 넓혀야 한다고 지적한다. 적어도 주택의 경우 종부세 기준을 9억원에서 6억원 또는 그 밑으로 대폭 내려야 한다는 얘기다. 정부가 지난해 만든 종부세법 초안도 기준시가 6억원이 기준이었다. 이럴 경우 종부세 대상 주택은 전체 1200만채의 1% 수준인 12만채 정도로 추산된다.
종부세 상한선 없애고 주택·나대지 합산해야
최영태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소장은 “종부세 대상 주택을 전체 주택의 2~3% 수준으로 늘릴 필요가 있다”며 “이를 위해 종부세 기준을 현행 양도세법상 고가주택 기준인 실거래값 6억원으로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기준시가로는 대략 4억~5억원 정도가 기준이다.
종부세 기준을 6억원 아래로 조정할 경우 전문가들은 과표와 세율 구간의 정비도 뒤따라야 한다고 보고 있다. 현행 종부세 과표 및 세율 구간은 기준시가로 9억원을 초과하는 부분에만, 그것도 기준시가의 절반만을 과표로 삼아 1%의 세율이 부과된다. 또 20억원을 초과해야 2%, 100억원을 초과해야 3%가 붙는다. 국내 최고가라는 타워팰리스 102평형조차 기준시가가 25억원이고, 전체 주택의 80%가 기준시가 2억원 이하인 점을 감안하면 실효성이 거의 없는 과세 체계다.
한 조세 전문가는 “종부세 기준을 낮춰 조정하면, 과표 구간도 기준시가 10억원(과표 5억원)까지 1%, 14억원(과표 7억원)까지 2%, 14억원 초과 3% 등으로 정비해야 한다”며 “이 정도 돼야 고가주택에 대한 보유 심리를 잠재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종부세 대상은 세금 상한선 배제해야=종부세 부담을 무력화한 또하나의 장치로는 세금인상 상한선(전년도 재산세 납부액의 150%)이 지목된다. 이는 지난해 보유세제를 면적 위주에서 시가(건물+토지) 위주로 개편하면서, 급격한 세부담 방지를 위해 마련됐지만, 종부세 대상자에게도 이를 적용해 과세 효과를 반감시켰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종부세 대상자의 경우 일단 시·군·구에 내는 지방세인 재산세에서 상한이 적용되는 경우가 많아, 올해는 아예 종부세를 내지 않는 경우도 수두룩하다.
따라서 1가구 1주택자는 상한선으로 부담을 덜어주더라도, 종부세 대상자에게는 이를 배제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김남근 변호사는 “다주택 보유 심리를 억제하기 위해서는 종부세 강화를 좀더 과감하게 할 필요가 있다”며 “세금 상한선을 두어서는 안 된다”고 잘라말했다. 김 변호사는 이어 “종부세를 강화해 보유세수를 늘리는 것은 향후 거래세를 낮추는데서도 반드시 필요한 대목”이라고 덧붙였다.
주택과 노는땅을 합산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현행 규정으로는 9억원짜리 집을 가진 사람은 종부세 과세 대상이지만, 주택 8억원과 나대지 5억원 등 13억원어치를 가진 사람은 대상이 되지 않는 모순이 생기는 탓이다. 김 변호사는 “주택과 나대지를 합산해야 실질적인 ‘종합부동산’세로서의 구실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성곤 기자
csk@hani.co.kr
투기적 가수요 못막으면 ‘백약 무효’
부동산으로 돈번다는 기대 잠재워야
충남
서산시 죽성동 ○○2차 32평형 2500만원(상승률 34%), 경기
군포시 산본 ○○○○ 40평형 8750만원(27%), 경기
성남시 분당 하얀마을 ○○○○ 50평형 1억3750만원(22%) ….
4일 부동산정보회사 ‘텐커뮤니티’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1주간 상승률이 가장 높은 아파트’들이다. 상승률 상위 15곳을 보면, 서울 강남과 수도권 새도시들을 비롯해 충북 청주, 경북 포항, 경남 창원 등 전국에 고르게 걸쳐 있다. 집값 오름세가 전국으로 번져가고 있는 것이다. 박동렬 텐커뮤니티 전무는 “비록 호가뿐인 가격이지만 얼마 전부터 1주일 사이에 두자릿수 상승률이 그다지 낯설지 않게 되어버렸다”며 “하지만 부동산중개업자들은 이렇게 몇개월 지나면 호가가 그대로 시세로 굳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으로 돈을 벌려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정부는 시장의 이런 기대심리를 잠재울 수 있는 능력과 권위를 이미 상실한 듯하다. 서울 강남과 분당발 집값 뜀뛰기가 시작될 즈음인 지난 3월 말,
건설교통부 는 “주택공급이 꾸준한 가운데 투기수요가 제거되고 있다”며, 올해 집값은 전국 평균 2.5~3% 떨어질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얼마 전 주택협회 산하 주택산업연구원은 5월 말 현재 전국 집값이 지난해 말보다 평균 1.51% 올랐으며 하반기에도 오름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경기 산본새도시의 한 부동산중개사는 “정부 말을 믿다가는 손해본다는 심리가 팽배해 있다”며 “급매물로 싸게 나온 시세를 게시하면 주민들이 거세게 항의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집값 상승은 주로 투기적 가수요에서 비롯된다. 지난 2001년 이후 2004년까지 4년 동안 새로 지어진 주택수는 224만6천개로, 같은 기간 새로 집을 장만한 가구수(추정치 87만)보다 갑절 이상 많다. 재개발 등으로 없어지는 집을 감안하더라도 100만채 이상은 애초 집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이 거둬들인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주거가 아닌 투자 목적의 주택수요가 더 많은 셈이다.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교수는 “가수요를 원천적으로 제거하지 않고서는 부동산 문제를 도저히 풀 수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부동산 열풍은 집을 두 채 이상 가진 ‘그들만의 잔치’다. 행정자치부가 파악한 ‘2002년 말 현재 세대별 주택보유현황’을 보면, 집을 두 채 이상 가진 세대는 전체의 16.7%다. 집없는 서민이나, 한 채를 가지고 조금 더 넓고 나은 집을 사려고 알뜰살뜰 돈을 모으고 있는 나머지 83.3%는 절망한다. 경실련이 2003년 기준 세계 주요도시 집합주택의 가격평균을 비교해본 결과, 국내 집값 평균은 1인당 국민소득의 24배로, 미국(6.3배)이나 일본(6.1배), 싱가포르(5.9배) 등 다른 나라에 견줘 월등히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통계청 조사로는 지난해 서울에서 집을 가진 사무직 직장인이 집장만에 걸린 기간은 22년이었다.
더구나 대부분 부동산 매입자금이 금융회사 창구에서 나가 금융자원 배분의 심각한 왜곡을 초래하고 있다.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액은 2001년 말 85조4천억원에서 올해 5월 말 176조2천억원으로 106.3%나 늘어, 증가율이 같은 기간 기업대출 증가율(37.5%)의 세 배 수준이다. 기업대출에서도 건설업 65.2%, 부동산임대사업은 199.2% 등 부동산 관련분야의 대출증가율이 전체 평균보다 훨씬 높다. 가계나 기업, 금융권이 모두 부동산 열풍에 들떠 있는 형국인 것이다.
우리나라의 집값, 땅값 수준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다. 전국 아파트값만 해도 지난해 말 시가총액이 1천조원(부동산뱅크 집계)을 넘어섰고, 땅값은 2003년 공시지가로 2367조원(
한국감정원 집계)에 이른다. 20%도 안 되는 계층이 만들어놓은 시세다. 이들이 끌어모은 은행돈은 아무런 생산적 활동을 거치지 않고 아파트 콘크리트에서 썩어가고 있다.
전강수 교수는 “2001년에서 2003년 사이에 땅값 상승으로 발생한 자본이득만 연평균 70조원에 이르며 이런 막대한 불로소득에 대한 과세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어느덧 부동산 투기로 성장하는 나라가 되어 버렸다”며 “결국 언젠가는 거품이 꺼지면서 국민경제에 엄청난 재앙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 교수는 “정부가 일시적인 경기위축을 감수하더라도 투기적 가수요를 차단해 적어도 부동산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기대를 없애는 게 최우선 과제”라며, 그런 다음 실수요자 중심의 주택금융, 공영개발 방식의 주택공급 확대, 주거취약지역의 시설 개보수 지원과 환경개선 투자 확대 등 공급 쪽의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순빈 기자
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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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부세, 여권내부 ‘벽깨기’ 급선무
2004년 정부안 완화 주도 세수 확대·거래서 인하를
종합부동산세법 논의가 막바지로 치닫던 지난해 11월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내 한 회의실에서 열린 정부와 열린우리당의 당정협의에서 험악한 상황이 연출됐다. 과세 대상자를 10만명 선으로 하자는 정부 안에 대해 홍재형, 강봉균 의원 등 열린우리당 지도부가 “대상자를 최소화해야 한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일부 의원은 “경기도 어려운데 세 부담마저 늘릴 수 없으니 아예 도입시기를 연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당시 제4정책조정위원장이던 이계안 의원은 “더이상 협상 못하겠다”며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렸다. 결국 이헌재 당시 경제 부총리는 당의 압력을 버티지 못하고 애초 주택 기준시가 6억원, 사업용 토지 30억원이던 과세 기준을 각각 9억원과 40억원으로 높이고, 보유세수 확대 규모도 전년도의 20%에서 10% 수준으로 완화하는 합의안에 서명했다.
당시 종부세법 제정에 참여했던 한 관료는, 여당의 반발이 종부세 도입 자체를 반대하는 한나라당에 뒤지지 않아 “정말 여당이 맞는지 모르겠다”고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정부가 최근 부동산값을 잡기 위해 종부세를 대폭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이를 위해서는 종부세 강화에 대한 여권 내부의 벽부터 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종부세 강화를 위해서는 과세 기준과 과표 구간, 상한선 변경 등 법 개정이 불가피해, 여당의 도움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최근 고가아파트값 급등이 지난해 여당의 반발로 완화된 종부세법에도 한 원인이 있는 만큼, 종부세 강화 방안에 여당이 적극 반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종부세 세수 규모를 대폭 확대하는 대신 거래세는 획기적으로 낮추는 완충장치를 만들어야 여당 의원들을 견인해내기 쉬울 것이라고 권고한다.
한 조세 전문가는 “종부세를 강화해 올해 세수 예상치인 7천억원 정도가 아니라 3조원 이상을 거둬야 한다”며 “그래야 지방세수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거래세를 획기적으로 낮추더라도 지방자치단체의 세수 부족분을 채워줄 수 있다”고 말했다.
조성곤 기자 c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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