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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판 로또’로 불리며 엄청난 시세차익을 줄거라는 기대심리로 분당,용인지역 집값폭등을 불러일으켰던 판교새도시를 공영개발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성남/탁기형 기자 kht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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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건물 분리공급 북유럽식모델도 검토가능 얼마전까지만 해도 경기 성남 판교새도시의 아파트 분양권은 수도권 주민들에게 ‘부동산판 로또’가 되기에 충분했다. 누구에게나 당첨되면 엄청난 시세차익을 안겨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에 따른 부작용이 분당과 용인지역을 중심으로 이른바 ‘판교발 집값 폭등’으로 나타났고,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정부는 지난달 판교새도시 택지매각 절차를 전격 중단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가운데 판교새도시 ‘공영개발론’이 떠올랐다. 공영개발이란 공공기관이 택지 조성 및 공급 뿐 아니라 주택 건설 및 분양사업까지 주도하는 방식이다. 공영개발도 방법이 여럿 있다. 어떤 방법을 택하든 판교새도시 개발이 수도권 집값폭등의 도화선에서 집값 안정의 전기로 바뀔 수 있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공영개발 대 공공개발=공영개발은 일반적인 공영개발과 공공개발로 나눠볼 수 있다. 공영개발은 공공기관이 주택을 직접 지어 분양하거나 임대하는 것을 말한다. 판교에 적용을 해보자면, 사업시행자인 한국토지공사 , 대한주택공사 , 성남시가 택지를 민간업체한테 매각하지 않고 주택공사, 경기지방공사 등에게 조성원가 이하로 매각해 분양주택과 임대주택을 짓도록 하는 방안이다. 물론 여기서 분양주택 소유권은 개인에게 넘어간다. 공공개발 방식에서는 모든 주택의 소유권을 정부나 공공기관이 갖는다는 게 공영개발과의 차이이다. 즉 크기에 관계없이 모든 주택을 장기임대로만 공급하는 것으로, 싱가포르식 공공주택(99년짜리 임대) 개념을 도입하는 방안이다. 이런 공영개발이나 공공개발 모두 새도시 주택을 소유 개념에서 거주 개념 중심으로 획기적으로 바꿔야 추진이 가능하다. 기존 새도시 택지개발사업의 목적은, 민간 건설업체의 창의성을 살린 다양한 크기의 분양주택 건설을 뼈대로 하고 공공부문에서 곁가지로 임대주택을 공급해 저소득층의 주택수요를 만족시키자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이 경우 분양주택은 투기 대상으로 전락하고 임대주택은 고립, 슬럼화돼 임대주택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재생산되는 등의 악순환이 빚어진 게 현실이다.
그런만큼 정부는 판교새도시 개발을 공영방식으로 전환해 그동안 왜곡된 주택공급정책의 큰틀을 다시 짜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게 시민단체들의 한결같은 요구이다. 경실련 아파트값거품빼기운동본부 김헌동 본부장은 “우리나라의 택지개발은 형식적으로는 공공기관이 주도하지만 내용적으로는 장사 원리가 지배해 공공기능을 상실한 상태”라며 “이번 기회에 토지공사와 주택공사가 명확하게 역할을 분담하면서 토지와 주택 건설을 통합한 공영개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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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모델도 검토해볼 만=그렇지만 판교새도시 공영개발을 추진하려면 여러가지 걸림돌도 있다. 특히 이미 토지 보상비로만 2조5500억원을 들인 사업시행자의 재정적 부담이 커지는 게 가장 큰 문제이다. 그렇지만 정부의 의지만 확고하면 방법은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김광수경제연구소는 최근 발간한 연구보고서에서 국민연금이 판교새도시 공영개발 사업에 투자할 경우 연 5%의 안정적인 장기수익을 내면서 다양한 크기의 영구임대주택을 공급하는 게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국민연금이 판교새도시 영구임대주택 소유자로서, 가령 32평형 임대주택을 월임대료 38만3천원의 가격으로 시장에 공급했을 때 나올 수 있는 수익이 연 5%이다. 이렇게 하더라도 인근 분당지역 32평형 전세금(1억7500만원)보다 저렴해 임대아파트 입주 수요는 충분할 것으로 보고서는 분석했다. 다만 택지 공급가격은 평당 800만원선 이하라야 하며, 택지가격이 평당 900만원이라면 임대료가 높아져 국민연금의 임대아파트 투자사업은 성립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됐다. 김광수 소장은 “그동안 정부는 수익성 확보가 어렵고 슬럼화의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중대형을 포함한 임대아파트 공영개발에 비관적이었다”며 “이번 보고서는 판교 사례를 분석해 연기금이 수익성을 확보하면서도 임대아파트 투자가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전면적인 임대아파트 건설보다는 토지와 건물을 분리해 공급하는 북유럽식 공영개발모델이 낫다는 주장도 있다. 토지정의시민연대가 제안한 이 방안은, 토지는 지방정부나 공공기관이 소유하고 주택은 민간업체가 지어 분양하되, 일반주택과 마찬가지로 소유권과 처분권이 자유로운 방식이다. 이렇게 하면 땅값을 제외한 건축비만 주택의 원가가 되므로, 주택 분양값을 시세의 반값 정도로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입주자는 토지 소유자에게 지대(임대료)를 지불해야 한다. 북유럽식 모델 역시 사업자의 재정 부담이 적지 않다. 그렇지만 수십년 뒤에는 땅을 매각하기로 하고 토지채권을 발행하면 사업비 조달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대한주택공사 박헌주 주택도시연구원장은 “연기금 등이 참여하면 재원조달은 얼마든지 가능할 것”이라면서, “북유럽식 모델은 현실적으로 토지에 대한 소유권 자체가 큰 의미가 없는 아파트 공급에 적합하며, 집값 안정에도 기여도가 큰 방안”이라고 말했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공영개발해도 실수요자 피해미미 청약자력 일부변경…25.7평 이하 보완 필요 판교새도시를 공영개발하면 그동안 판교 분양을 기다려왔던 청약 대기자들의 기회비용 손실과 허탈감은 누가 보상해줄 것이냐는 지적이 있다. 지난 2월 판교새도시 11월 일괄 분양계획이 발표된 이후 다른 곳의 아파트 청약을 미뤄가면서 오로지 판교만 기다려온 실수요자들이 많은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판교새도시에 공영개발 방식이 도입된다고 해도 실수요자들의 판교 내집 마련 기회가 사라지거나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되레 공영개발에 맞춰 판교의 주택 건설 물량을 늘린다면 실수요자들의 입주 기회는 더 확대된다. 공영개발이 이뤄질 경우 판교의 공동 사업시행자인 한국토지공사, 대한주택공사, 성남시는 공공기관에 아파트용 택지를 매각해야 한다. 이럴 경우 주공은 스스로 주택을 지을 수 있고, 토지공사는 자회사인 한국토지신탁을 주택건설 및 분양사업자로 정하면 된다. 성남시는 주공이나 경기지방공사 등에 택지를 매각해 주택을 짓도록 하면 된다. 이들 공공기관이 주택을 짓게되면 청약자격이 민간업체가 공급할 때와는 조금 달라지지만 큰 혼란이 초래될 정도는 아니다. 전용면적 25.7평 초과 분양주택은 민영아파트와 마찬가지로 그대로 청약예금 가입자가 규모별 예치금액에 따라 신청하면 된다. 즉 판교 주공아파트 40평대는 서울지역 기준 청약예금 1천만원 가입자가 신청할 수 있다. 다만, 전용면적 25.7평 이하는 민간업체가 지을 때는 청약예금이나 청약부금 가입자가 신청할 수 있는데 반해 주공이나 경기지방공사가 짓게 되면 청약저축 가입자로 입주 대상자가 바뀌는 문제가 있다. 이에 따라 25.7평 이하 주택은 일정부분 청약예금 ·청약부금 가입자에게도 공급하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임대아파트 청약자격도 기본적으로 분양주택과 마찬가지다. 전용면적 25.7평 초과 중대형 임대주택은 현행 규정으로도 청약예금 가입자에게 청약 우선순위가 있다. 전용면적 25.7평 이하 중소형 임대주택은 분양주택과 마찬가지로 청약예금, 청약부금, 청약저축 가입자 모두에게 기회를 주는 방식으로 보완하는 게 필요하다. 최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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