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8.17 18:34
수정 : 2005.08.17 18:37
여러채 지니고 있어도 멸실기간 활용 과세 회피
투기대책 ‘사각’…“종부세 · 양도세 올려도 버틸것”
정부가 다주택 소유자에 대해 보유세와 양도소득세를 획기적으로 강화할 예정이지만, 투기의 온상으로 지목되는 재건축 아파트는 이런 투기억제 대책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서울 강남에 사는 김아무개씨는 시가 9억원(기준시가 5억5천만원) 상당의 아파트에 거주하면서 송파구 잠실동과 서초구 반포동에 각각 재건축 아파트를 갖고 있는 3주택 보유자이다. 이 가운데 잠실 재건축은 지난해 주택이 멸실돼 조합원 분양권을 보유한 상태이며, 지난달 매입한 반포동 아파트는 내년부터 이주와 철거를 앞두고 있다. 김씨가 보유한 주택 세 채의 시가는 총 24억원선에 이른다. 그런데도 김씨는 올해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부과 대상이 아닐 뿐더러 종부세 부과 기준이 강화되는 내년에도 부과 대상에서 빠져나갈 것으로 보인다. 김씨로서는 이달 말 발표되는 부동산종합대책에서 주택 종부세 과세 기준가액이 기준시가 9억원 초과에서 6억원 초과로 내리더라도 신경쓸 게 없는 상황이다.
김씨가 종부세 대상에서 벗어나는 이치는 간단하다. 재건축 사업에 착수하면서 철거로 멸실된 주택은 보유 가구 수 계산에서 빠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김씨는 현재 3주택 소유자가 아니라 2주택 소유자로 인정되며, 종부세 과세 기준일인 6월1일 이후 구입한 반포동 재건축 주택은 올해 종부세 과세 기준에서 빠졌고 내년 6월 이전에 멸실되면 다시 내년 종부세 합산과세 대상에서도 빠지게 된다. 또 반포동 주택이 멸실되면 그때부터는 김씨가 1가구1주택자로 인정돼, 살고 있는 주택(3년 이상 보유, 2년 이상 거주)을 팔 때 양도세까지 비과세된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상당수 다주택자들이 재건축 주택의 이런 과세상 맹점을 십분 활용해, 종부세와 양도세를 피해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예컨대 2주택 이상 보유자에 대한 양도세가 아무리 강화되더라도 재건축 주택 소유자들은 주택이 멸실되기를 기다리면서 버틸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백준 조인스컨설팅 대표는 “재건축 아파트는 예전부터 집부자들의 사전 상속이나 증여 수단으로 인기를 누렸는데 종부세와 양도세가 강화되면서는 멸실 기간을 활용한 세금 회피 수단으로 집중 부각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또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투기 억제를 위해서는 재건축 다주택 소유자의 조합원 분양자격을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현행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에 의하면, 한 재건축 단지에 여러 채의 주택을 소유한 조합원은 새 아파트를 분양받을 권리가 한 채만 인정되지만 앞서 김씨처럼 서로 다른 단지에 주택을 보유한 경우에는 각각 조합원 자격이 주어져 여러 채의 새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재건축 다주택 소유자라도 분양자격은 일반 아파트를 분양받을 때처럼 일정 기간 안에는 한 채만 주도록 제한해 재건축 주택에 대한 투기를 억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김희선 부동산114 전무는 “만일 재건축 아파트 분양자격을 한 채로만 제한한다면 여윳돈을 굴리는 고소득 계층의 재건축 투자가 크게 위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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