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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8.31부동산 대책에 국민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사진은 한 주상복합아파트에 분양신청하는 사람들.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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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1대책’ 서민반응
8월31일 발표가 예정된 정부의 부동산대책이 윤곽을 드러내면서, 정치권과 언론, 부동산 관련단체, 누리꾼 등 서로 다른 입장을 가진 각계각층이 뜨거운 논쟁을 벌이고 있다. 논의의 초점이 과도한 세금부담 쪽으로 흐르면서, 일부에서는 ‘기득권층의 본격적인 저항이 시작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서민들은 ‘기대반 우려반’이었다. “여론 눈치보지 말고 확실한 대책을”= 논쟁이 뜨거운 인터넷 게시판이나 내집 마련을 못한 30대 직장인들이 삼삼오오 모인 곳이면 정부가 더 확실하고 강력한 세금정책 등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건교부와 네이버가 마련한 부동산정책 토론방에는 “여론 눈치 보지 말아달라, 여론 신경써서 어떻게 강력한 투기억제정책이 나오겠냐(누리꾼 boltzone)”는 강경 주문이 줄을 잇고 있다. 용산구에서 중학교 교사를 하는 조아무개(34)씨는 “직장 동료들끼리 모여 의견을 나눠보면, 정부가 추진하는 것과 똑같은 결론이 나온다”면서 “걱정스러운 것은 처음 계획대로 실행되지 못하고 국회 등 여기저기를 거치면서 또 왜곡될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누리꾼 archi001은 “보유세와 양도세 강화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투기세력들이 교묘히 제도를 피해갈 수 있는 시간을 주어서는 않된다”며 유예기간을 최소화할 것을 주장했다. 광명시 철산동의 ㅎ공인 길아무개씨는 “보유세 실효세율 1%가 2009년까지 추진된다지만, 그땐 이미 참여정부가 끝나는 시기 아니냐”며 “국민들이 이를 믿을 수 있을지 모르겠고, 개인적으로는 2~3년 잠잠해졌다가 아파트값이 또 오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지방이나 서울 소외지역의 주문은 더 구체적이다. 관악구 봉천동의 정재진(44)씨는 “대책이 너무 아파트 중심으로만 진행되는데, 단독주택은 매매도 힘든 3류 주거지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동작구 대방동의 한현우(36)씨도 “매매도 안되고 집값도 계속 떨어지고 있는 일반 다가구 주택이나 빌라 때문에 1가구2주택을 유지하고 있는 이들도 많다”면서 “이들을 구제하거나 살기좋은 여건을 만드는 보완책도 꼭 마련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광주광역시 최아무개(32)씨는 “큰 정책에는 어느 정도 희생을 각오해야 하는데, 자꾸 예외 규정을 만들어 빠져나가려는 것 같다”면서 “같은 직장 안에서도 집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순식간에 재산 격차가 더 벌어지니 정말 일할 맛이 나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정작 중요한 건 왜 안하나”= 특히 인터넷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정부가 아예 ‘분양원가공개’와 ‘분양권전매금지 전국확대’를 이번 대책에서 제외하고, 논의의 초점을 세금 문제로만 몰고가고 있다는 우려도 많았다. 누리꾼 for6066은 “국민 80%가 원하는 분양원가공개와 한나라당에서조차 발표했던 분양권전매 전국금지를 건설경기 위축 때문에 제외한 것을 보면, 단언하건데 ‘참여정부의 나홀로 부동산대책’이 될 것”이라며 “지금도 지방에는 고분양가가 지속되고 있는데 한가하게 공급정책만 언급한다면 반드시 실패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건교부 여론광장에 글을 올린 신명우씨도 “웬만한 수도권의 소형 아파트 분양값도 평당 700만원을 넘어설 정도로 집값이 너무 올라 아파트를 많이 지어봐야 실제 서민들은 살 돈이 없다”면서, “분양값을 공개해서 김영삼 정부 때처럼 분양값을 규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밖에도 재건축 아파트 분양권 뿐만 아니라 재개발 사업구역의 분양권에 대해서도 주택으로 간주해 과세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민장숙씨는 “투기꾼들은 벌써 이제 해먹을 것이라고는 재개발밖에 없다고 보고 강북 뉴타운의 재개발을 노리고 있다”면서 “재개발도 철거 뒤 분양권은 1가구2주택으로 해야 투기를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불로소득 환수를 지속적으로 주장해 온 토지정의시민연대 박창수 정책국장은 “정부 대책에 상당한 진전이 있다는 점은 일단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을만 하다”면서도 “보유세 실효세율 1% 수준을 임기 안이 아닌 2009년으로 미룬 점이나, 토지 불로소득의 완전 환수까지는 미치지 못한 점 등은 아쉬운 부분으로 남는다”고 평가했다. 석진환 최종훈 기자 soulfat@hani.co.kr
강남·분당 주민 반응 “전세금 인상 맞불”
“위헌 판정 기다리겠다” 정부의 부동산종합대책에 대해 서울 강남권과 분당새도시 등 고가주택 밀집지역의 주민들은 ‘올것이 왔다’며 걱정하는 모습과 ‘대책이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며 반발하는 기류가 뒤섞인 분위기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 아파트에 거주하는 김아무개씨는 “요즘 이 동네 주민들은 어느 아파트가 종합부동산세 부과 대상에 해당하는지가 관심사”라면서, “40평대 아파트는 대부분 올해 기준시가가 6억원을 넘어 새로 종부세를 내게 될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발 심리도 만만치 않다. 특히 일부 집주인들 사이에서는 보유세의 상승을 전셋값 인상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공공연히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대치동에 사는 아파트 세입자 정아무개씨는 “강남 아줌마들을 우습게 봐서는 안된다”면서, “반상회와 중개업소를 중심으로 전셋값을 인상하고 몇년 버티면 부동산정책이 물타기가 될 것이라는 얘기가 돌고 있다”고 전했다. 강남 재건축 단지 부동산업계는 이번 대책 발표 이후 매물이 많이 나오고 거래도 활성화되기를 기대하는 눈치지만 상황을 낙관하지는 못하고 있다. 서초구 반포동 ㄱ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분양권에 대해서도 과세한다면 다주택 보유자들의 매물이 나올 것으로 보이는데, 문제는 당분간은 실수요자도 구입을 꺼릴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분당새도시는 올해까지는 종부세 대상이 거의 없었으나 이번 대책으로 내년부터는 종부세 부과대상이 크게 늘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서현동 70평형 아파트에 사는 박아무개씨는 “종부세 부과 대상이 아니었는데 갑자기 법을 바꿔 종부세를 내라니 황당하다”면서, “정권이 바뀌고 종부세가 위헌 판정이 날 때까지 버텨볼 것”이라고 말했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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