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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전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국민은행 주최로 열린 ‘8.31부동산종합대책 고객 설명회’에 참석한 프라이빗 뱅커(PB) 고객들이 설명을 듣고 있다. 국민은행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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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행 PB센터 호텔서 열어 “정부대책 과연 먹힐까…” “부동산 비중줄여야” 권유에 쫑긋 자산운용 불안한 눈치작전
“돈을 어떻게 굴려야 할지 통 모르겠네요. 은행 피비(PB)들과 세무사가 일대일 상담까지 해 준다니 꼭 들어봐야겠습니다.”(분당에서 온 60대 남성) 2일 국민은행이 서울 하얏트호텔 대강당에서 연 ‘8·31부동산 종합대책 설명회’에 참석한 2백여명의 ‘부유층’들은 행사가 끝날 때까지 단 한사람도 자리를 뜨지 않고 세무사와 피비(프라이빗뱅커)들의 설명에 귀를 기울였다. 필기에 열중하거나 강연이 끝난 뒤 질문을 하는 모습은 마치 대학 강의실의 열기를 방불케 했다. 이들은 국민은행이 16군데 피비센터에서 초청한 강남과 분당의 부유층 고객들이다. 은행 관계자는 “오늘 초대받은 고객들은 거의 모두 2채 이상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귀띔했다. ‘이번 정부 대책을 어떻게 평가하느냐’라는 기자의 질문에 이들은 대부분 아예 외면했다. 한 참석자는 “정부 대책이 제대로 먹힐 지는 알 수 없지만, 지금으로서는 내 재산을 어떻게 운영해야 할지 전문가 조언을 들어보는 길 밖에 없지 않겠어요”라며 조심스러우면서도 다소 ‘불안한’ 반응을 보였다. 8·31대책의 주요 내용에 대한 설명과 앞으로의 시장 전망 및 투자방향 등에 관한 강연에 나선 은행 피비들과 세무사·부동산 전문가들은 “부동산에 대한 투자 비중을 줄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설명회에 앞서 인삿말에 나선 구안숙 피비그룹 부행장은 “전세계적인 저금리 기조로 부동산 시장이 각광을 받고 있지만 미국이 점차 금리를 올리고 있는데다 정부의 이번 부동산 대책으로 부동산 투자 여건이 점차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부동산에 대한 추가 투자보다는 주식 등에 대한 투자 비중을 늘리는 것이 좋다”고 권유했다. 박합수 부동산팀장도 “정부 대책과 금융감독 당국의 주택담보대출 억제책까지 겹쳐 상당한 파급효과를 낼 것”이라고 전망했고, 박영선 피비전담 세무사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말이 이번에는 해당되지 않을 정도로 강력한 부동산 대책”이라고 말했다. 박 세무사는 또 “부동산을 새로 매입하지 않으면 아무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것이며, 정부가 준 유예기간 내에 문제가 되는 부동산을 처분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국민은행은 정부의 부동산 대책 이후 강남·분당권 고급 주거지역의 중·대형 아파트는 안정세를 유지하겠지만 이 지역 20~30평형대와 강북·수도권 일부 지역에서는 유예기간 내에 매물이 나올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대출을 받아 2주택을 구입한 사람들이 이 기간에 매물을 집중적으로 내놓을 것으로 예상했다. 또 이번 정부 대책으로 개인간 거래세 부담이 완화되긴 했지만 실제로는 전반적인 이전 비용이 증가할 것으로 보고, 상가·토지는 올해 안에 등기하고 주택은 공시가격 비율에 따라 시기를 저울질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또 1세대 2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가 강화돼 앞으로 양도차익이 적은 주택을 먼저 처분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국민은행은 설명회 이후 ‘한국증시가 15년만에 제2의 도약기를 맞고 있다’는 내용의 추가 강연을 마련한 뒤 신청자들에 한해 일대일 개별 상담을 벌였다.
서초피비센터의 박정희 피비팀장은 “‘큰손’이라고 불리는 1%의 부자들은 정부 발표 이전에 상당한 준비를 해 흔들리지 않고 있지만, 그보다 ‘급이 약간 떨어지는’ 부유층들은 자산 운용에 매우 조심스런 반응을 보이며 극심한 눈치작전을 벌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김성재 기자 seong68@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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