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9.26 19:35
수정 : 2005.09.26 19:44
8·31 부동산대책 한달
8·31 부동산시장 안정대책이 발표된 지 한달 가까이 됐다. 서울 강남지역과 분당새도시 등 그동안 가격 상승을 주도했던 지역의 집값은 확연한 내림세로 돌아섰다. 강남의 일부 고가 재건축 아파트 매맷값은 한달 만에 호가가 2억원 가까이 떨어지기도 했다.
이처럼 8·31 대책의 영향이 서서히 가시화하면서 시장 참여자들의 고민과 눈치보기도 극심해지고 있다. 다주택자들은 다가오는 세금 부담을 줄이기 위한 해법 찾기에 골몰하고 있고, 무주택자들은 지금이 집을 사야 할 때인지 갈피를 못 잡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가을 8·31 대책의 차질없는 입법화 여부가 부동산 값이 대세 안정기로 접어들 것인지를 가름할 고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집부자들 “좀더 지켜보자”=고가주택이나 다주택 보유자들은 세부담을 줄이기 위한 최적의 주택처분 시기와 절세 방법 등을 모색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정책이 후퇴할 가능성에도 한가닥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48평형에 사는 정아무개씨는 8·31 대책 이후 한달 만에 집값이 1억원 가량 떨어졌지만, 신경이 쓰이는 것은 집값이 아니라 1가구 2주택 문제다. 보유 중인 2곳의 재건축 입주권이 내년부터는 주택으로 간주된다는 점이 정씨를 압박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5년 이상 거주한 압구정동 아파트의 경우 언제 팔아도 양도세를 내지 않아도 되었으나 내년부터는 이를 처분하게 되면 1가구 3주택자로 간주돼 양도세를 내야 한다. 정씨는 재건축 입주권을 차례로 처분하는 방법도 고려하고 있으나, 이때도 양도세를 피해 갈 수 없는 실정이어서 이래저래 고민이다. 정씨는 “소득세법 개정 등 대책들이 입법화되는 과정을 지켜본 뒤 자산을 어떻게 재구성할지 최종 판단을 내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기 분당새도시 정자동에 사는 1가구 1주택자 김아무개씨는 1년 전에 산 집에 앞으로도 장기간 거주할 예정이지만 최근 집값이 출렁이면서 마음이 편치 않다. 올 상반기에만 2억원 정도 집값이 급등했다가 최근 거의 제자리로 돌아가고 있는 현실을 지켜보고 있기 때문이다. 김씨는 “몇달 전에는 솔직히 먹지 않아도 배부른 듯 뿌듯했는데, 집값이 떨어지니 허탈한 게 사실”이라며, “1가구 1주택자는 집값이 오른다고 실제 수익이 생기는 것이 아닌데도 그동안 너나 할 것 없이 거품에 들떠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대책 입법과정이 분수령=8·31 대책 이후 집값이 떨어졌다고 하지만 무주택자들이 체감할 정도는 아니라는 지적도 많다. 이는 고가의 재건축 아파트와 강남과 분당새도시 등 일부 집값 급등지역의 중대형아파트 값은 내렸지만 강북이나 수도권 외곽의 중소형 집값은 거의 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집부자들이 올가을 이후 본격적으로 주택 처분에 나서게 된다면 이들 지역에서도 매물이 증가하면서 집값이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다주택자 처지에서는 고가·대형주택보다는 세부담이 적은 외곽지역의 중소형 주택을 처분하는 게 절세를 위해 유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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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재건축 약세속 집부자 절세 고민 #2무주택자 “사야할 땐지 아닌지” #3전문가들 “입법 강도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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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무주택자들은 공영개발 확대와 전매제한 강화로 앞으로 아파트를 분양받기가 한결 쉬워진다는 점에도 기대를 걸어볼 수 있다. 화성 동탄새도시에서 원가연동제와 5년간 전매제한을 적용받는 아파트가 다음달 처음으로 선보이며, 내년 3월에는 판교새도시에서 전용면적 25.7평 이하 아파트가 일괄분양될 예정이다. 서울 신림동에 사는 박아무개씨는 “무주택 우선자격으로 판교에 청약하고는 싶지만 분양값이 평당 1천만원을 넘는다는 점이 부담스럽다”며, “좀더 싼 값에 분양받을 수 있는 곳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다음달부터 본격화될 국회의 8·31 대책 입법화 과정이 앞으로 집값 향배를 결정할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그룹 대표는 “지금 시장은 정부 정책의 후퇴 가능성을 염두에 둔 집부자들이 매물을 내놓지 않고 눈치를 보고 있는 국면”이라며, “10월에 예정대로 입법이 이뤄지면 연말에 매물이 한차례 쏟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정부 ‘입법화 수능’ 한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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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1 부동산 대책에 따라 강남의 일부 재건축 아파트 매맷값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사진은 강남구 개포동의 한 재건축 단지.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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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경제부 부동산실무기획단은 요즘 입학시험을 앞둔 수험생과 같다. 종합부동산세법, 소득세법, 지방세법 등 14개 부동산 관련 법안의 국회 통과를 앞두고 국회에서 제기할 모든 가능성에 대해 정부안의 논리적 타당성을 검증하고 있다. 정부는 이번 정기국회에서 부동산 관련법의 입법을 완료할 방침이다.
부동산실무기획단의 한 관계자는 “부동산 대책이 국민들의 관심이 워낙 집중된 부분이라 국회에서 그냥 통과되진 않으리라 생각한다”며 “공격받을 수 있는 모든 부분에 대해 대응 논리를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8·31 부동산종합대책’ 직후, 여야 간에 첨예하게 대립했던 부분은 ‘부동산 실효세율 1%’였다. 그동안 한나라당이 ‘0.5%’를 주장했으나, 정부가 “2017년에도 실효세율이 1%에 크게 못 미친다”고 밝힘에 따라 이 부분은 일종의 ‘원인무효’가 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야당에서 현재 0.5%포인트 인하하기로 돼 있는 취득·등록세의 추가인하, 종합부동산세 기준금액(6억원)과 세부담 상한선(3배) 완화 등의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김석동 재경부 차관보는 “세부안에선 여야 간에 일부 이견이 있을 수 있으나, 큰 틀에서는 한나라당도 반대를 하진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건교부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소관인 7개 법안 가운데 주택법 개정안은 지난 20일 이호웅 열린우리당 의원을 통해 이미 발의했고, 토지 신고포상금이 들어 있는 국토계획법, 개발부담금을 다시 부과하는 부담금관리기본법 등 5개 개정안은 이달 안에 모두 국회에 낼 예정이다. 다만, 제정법인 도시구조개선특별법(가칭), 기반시설부담금에 관한 법률(가칭)은 공청회 등의 절차를 거쳐 다음달 중 국회에 내기로 했다. 허종식 권태호 기자
jo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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