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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종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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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코니를 뜯은 지 3년 됐다는 입주자가 7일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와 “언제는 발코니 구조변경을 합법화한다더니 이제는 화재 대피 공간을 만들라 하고, 그럴 바에야 처음부터 양성화할 필요가 없는 것 아니냐”고 따지듯 물었다.
요즘 발코니 확장에 관심있는 아파트 주민들은 무척 혼란스럽다.
건설교통부는 지난달 13일 “아파트 발코니는 입주민의 40% 이상이 구조변경하고 있으나, 단속이 사실상 불가능해 불법을 묵인해 온 것이 현실”이라며 “건축법 시행령을 바꿔 합법화하겠다”고 밝혔다. 단서는 달았다. 건물 안전에 문제가 없는 범위 안에서 구조변경을 하도록 하겠다는 것이었다. 발코니를 튼 집이나 아파트 입주 예정자들은 크게 반겼다.
그러나 화재 위험, 건축물 안전에 문제가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잇따르자, 건교부는 공청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한 뒤 화재 대피 공간, 방화판·방화유리 설치 등의 기준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발코니를 트는 이유 중 하나가 탁 트인 전망을 보는 것인데 전망을 막는 방화판을 누가 설치할까? 이미 발코니를 확장한 가구는 지금도 처벌받지 않고 잘 지내 왔는데, 새로 돈을 들일 이유가 없어 보인다. 결국 또다시 불법을 양산할 수밖에 없다.
정부도 고민을 거듭해 왔다. 발코니 구조변경은 막을 수 없는 현실이고, 동시에 국민들의 안전은 모든 것에 우선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발코니 합법화 문제는 수년 동안 계속돼온 현안이다. 좀더 깊이있게 검토한 뒤 정책을 내놓았으면 이런 혼선을 부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허종식 기자 jo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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