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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28일자 조선일보. 1면에 “이번엔 상가투기 ‘광풍’” 기사가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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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상가투기 광풍” “서울 누르니 지방이 풍선처럼…”보도 도마에
모든 정책이 의도한 대로의 결과를 낳는 것은 아니지만, 그중에서도 부동산에 관한 정부 정책은 예상을 벗어나기 일쑤다. 정책 당국이 부동산 투기를 부추기겠다고 정책을 입안하지 않지만, 실제 시장에서는 투기를 부르는 정책으로 이어지는 사례를 거듭해서 보고 있다. 가까운 예로, 정부가 부동산 안정대책의 하나로 제시한 판교 개발은 판교뿐만 아니라 분당, 강남 일대의 대대적인 부동산 가격 폭등을 부르며 급기야 ‘8.31’ 종합대책이라는 정부의 ‘부동산 긴급조처’까지 낳게 되었다. 정책의 의도대로 움직이지 않는 ‘시장’의 힘을 설명하기 위해 ‘풍선 효과’가 거론된다. 풍선의 한 곳을 누르면 다른 곳이 부풀어오르는 것처럼, 투기라는 것을 규제로 막으려해봐야 효과를 볼 수 없다는 논리다. 정부의 부동산 투기 규제에 반대하는 주장을 펼칠 때 단골로 등장하는 논리다. 투기꾼과 투기자본으로 하여금 아파트 투기를 못하게 하면, 땅 투기로 몰리고, 토지 투기를 막으면 상가나 오피스텔 투기로 몰린다는 논리다. 실제로 투기꾼과 투기자본은 법망을 피해 새로운 투기 대상을 물색해낸다. 다양한 방식의 부동산 투기를 적발하고 징벌할 대책이 없다면 풍선 효과가 생겨나는 것은, 수익을 좇는 자본의 속성상 불가피하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대증적이지 않고 종합적이어야 하는 까닭이다. 부동산 투기꾼만이 ‘풍선 효과’의 구성요소는 아니다. 정부의 미흡한 정책이 이를 방조하기도 하고, 때로는 사회내 공적인 기능을 수행해야 할 언론이 ‘풍선 효과’를 부추기기도 한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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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29일자 조선일보. 경제면에 “[건설사들 지방진출 바람] ‘서울 분양’ 짓누르니 지방이 풍선처럼…” 기사가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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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이번엔 상가투기 ‘광풍’”, “‘서울 분양’ 짓누르니 지방이 풍선처럼…”
‘조세저항, 세금폭탄’, ‘가진 자 길들이기’라며 8.31부동산 대책을 비판적으로 보도해온 <조선일보>의 최근 부동산 보도가 도마에 올랐다. 이에 대해 8.31 대책 입법화를 앞두고, 국회 통과를 저지하기 위한 물타기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조선>은 8.31 대책이 발표된 뒤 ‘종부세 세대별 합산 위헌론' '세금폭탄, 선의의 피해자' 등의 제목을 붙인 기사를 보도했다. 또 8·31 대책 발표 전부터 정부의 부동산대책이 '계층 간, 지역 간 갈등'을 조장하고 '경기를 위축시킨다'고 보도했고, 대책 발표 이후에도 ‘흔들기’를 계속했다. 조선의 부동산 대책 보도 방향은 ‘조세 저항’ 대신 ‘풍선’으로 선회했다. <조선>은 10월28일 “이번엔 상가투기 ‘광풍’”, 29일 “건설사들 지방진출 바람 ‘서울 분양’ 짓누르니 지방이 풍선처럼…” 등의 기사를 내보냈다. 서울 강남과 일부 수도권에서 벌어졌던 투기 열풍이 8.31대책 이후 상가와 지방 아파트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서울·수도권 아파트에 대출·전매제한 등 규제를 강화했더니, 규제가 느슨한 상가나 지방으로 투기세력이 몰렸다”는 내용의 이 기사들은 전형적인 ‘풍선효과’에 대한 보도다. <조선>이 28일 1면에 보도한 “이번에 상가투기 ‘광풍’” 기사엔, “강남과 청계천 주변에 평당1억원을 넘는 상가가 수두룩하며, 8.31대책 이후 20~30%씩 뛰었다. 그나마 매물이 없어 ‘부르는 게 값’이며, 규제가 거의 없고 고정 수익이 가능해 너도나도 상가 투자에 뛰어들고 있다”고 부동산 컨설팅업자의 말을 실었다. 부자 고객을 상대하는 시중은행 프라이빗뱅킹(PB) 센터에는 ‘상가를 사달라’는 사람이 줄을 섰고, 돈이 몰리면서 상가 매매가와 분양가도 춤을 추고 있다며 서울 강남의 L아파트 내 상가는 1층 17평 점포가 17억원을 호가하며, 서울 강남의 S주상복합 상가도 1층 24평형이 12억원에 분양되고 있다고 조선일보는 소개했다. <미디어오늘>이 조선일보의 부동산 보도를 문제삼았다. <미디어오늘>은 9일치에서, <조선>의 이들 기사가 “상가투기를 부추기는” 기사라고 지적했다. 미디어오늘은 상가 전문 광고대행사들의 말을 따 조선일보의 기사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뜬금없는 기사”라고 보도했다. 조선일보의 ‘상가투기 광풍’ 기사는 최근 잇따른 상가 광고에서 재인용되었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판단은 다르다. 경기 침체에다 지난 4월부터 후분양제가 의무화돼 서울 청계천과 강남 지역 일부 상가를 제외하면 상가 투자 수요가 극히 미미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풍선효과’라고 볼 수도 없다. 10월29일 조선은 “건설사들 지방진출 바람 '서울 분양' 짓누르니 지방이 풍선처럼… ”이라는 기사도 내보냈다. 8·31대책으로 서울·수도권 아파트에 대출·전매 제한 등 각종 규제가 강화되자, 건설사들이 규제가 느슨한 부산, 대구, 대전, 광주 등 지방으로 옮겨가는 모양새이며, 이부 업체들은 포항, 진해, 진주 등 중소도시까지 진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사는 여기에 서울 강남규제의 ‘풍선 효과’라는 자세한 설명까지 달았다. 조선일보는 10월31일치로 “8·31대책 후에도 지방 최고가 행진-“집값 안정세 흔들리나” 우려감 확산”이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대전에선 처음으로 평당 1400만원대 아파트가 등장했고, 대구에선 3개월 만에 평당 1100만원선이 깨졌다. 수도권 택지개발지구에서도 평당 1000만원대 아파트가 속출하고 있다. 잇따른 분양가 인상으로 집값 안정세가 흔들릴지 모른다는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 9월5일에도 “[8 ·31 대책 ‘풍선효과’] 강남·분당서 빠진 바람, 뉴타운·지방으로”라는 기사를 내보낸 바 있다. 당시 기사는 “부동산대책 발표 후 강남 재건축 불길은 일단 잡혔지만 강남·북 뉴타운은 크게 들썩이고 있고, 공영개발로 한풀 꺾였던 ‘판교’ 투기 심리는 송파신도시에서 되살아나고 있다”는 것이 그 요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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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31일자 조선일보. 경제면 머리에 “8·31대책 후에도 지방 최고가 행진-“집값 안정세 흔들리나” 우려감 확산” 기사가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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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정의 “조선 보도는 법안통과 막기 위한 ‘물타기’ 전술”
민언련 “조선의 풍선 효과 과장은 국회의 입법 끝날 때까지 계속될 것” 그렇다면, 조선이 앞장서 ‘풍선 효과’를 보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토지정의시민연대 고영근 간사는 “조선의 보도는 법안 통과를 막기 위해 ‘물타기’ 하기 위한 전술에 불과하다”며 “부동산 투기가 재발하는 것은 부동산 관련 대책들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기 때문이며, 8.31대책 실효성을 운운하는 것은 주객이 전도된 것”이라고 일축했다. 민언련 신문모니터 담당자인 조영수씨도 “전형적인 부동산 대책 흔들기”라고 평가했다. 그는 “8.31 부동산 대책의 국회 통과를 앞둔 상황에서 가진자들의 논리를 대변하는 조선이 풍선효과를 크게 과장해 이 법의 실효성이 없다는 점을 공개적으로 표시하는 것”이라며 “이런 행태는 국회의 입법과정이 끝날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신문 지면에서 차지하는 부동산 광고 비율도 조선의 ‘8.31대책 흔들기’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체 신문 지면에서 부동산 광고가 차지하는 비율이 큰데, 이와 완전 무관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한편, <미디어오늘>은 9일자 신문에서 지난 10월 한달간 조선에 실린 상가 전면 광고는 약 100건으로, 금액으로 30억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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