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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2.29 18:08 수정 : 2005.12.29 18:08

지윤이(17)와 인규(33)씨가 그룹홈을 지원하고 있는 기쁜우리복지관 담당 선생님(왼쪽), 엄마이자 가정교사인 남정숙씨와 함께 서울 신림동 보금자리에서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대한주택공사 제공

장애우 다섯남매 사회복지사 ‘엄마’ 와 오순도순 생활
주공서 전셋집 무상지원…소년소녀가정 1500가구 혜택


“시설에 살 때는 힘들고 외로웠는데 이렇게 식구들과 살 수 있는 우리 집이 있어서 너무 좋아요.”

서울 관악구 신림8동의 한 다가구주택에 사는 지윤이(17)는 지난 크리스마스 때 사회복지 교사와 4명의 오빠, 동생들과 함께 놀이공원에도 가고 외식도 하면서 즐겁게 보냈다. 내년에는 고등학교에 진학할 꿈에 부풀어 있다.

장애우들인 이들 다섯 오누이가 그룹홈 생활을 시작한 것은 지난해 12월부터다. 대한주택공사가 전셋집을 제공했고 사회복지기관에서 파견한 교사가 살림살이를 맡았다. 각자 보호시설에서 오랫동안 생활하다가 ‘우리 집’을 갖게 된 다섯 오누이들은 나이가 9살에서 33살인데, 지윤이와 동생들은 함께 먹고 자며 생활하는 사회복지사 교사를 ‘엄마’라고 부른다. 이들을 돌보는 남정숙씨는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그룹홈은 꼭 필요한 울타리”라며, “안정적인 보금자리를 마련해 준 것에 늘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웃 동네인 신림6동에 사는 정아(가명, 13살)와 경민(가명, 11살)이는 교통사고 유자녀다. 아버지는 1995년 교통사고를 당해 하반신이 마비된 상태로, 최근에는 당뇨까지 겹쳐 힙겹게 투병 중이다. 함께 살고 있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도 생활능력이 없어, 이들 가족은 기초생활수급권자로 지정돼 있다. 엄마는 몇년 전 집을 나갔다.

이들 가족은 지난 6월 이전까지는 기초생활수급권자에게 제공되는 신림동의 한 영구임대아파트에 살았다. 그렇지만 정부가 지급하는 생계지원비와 할아버지가 막일을 해 버는 수입으로는 다달이 10만원에 이르는 임대료와 관리비를 내기조차 버거웠다. 어쩔 수 없이 임대료와 관리비를 체납하는 경우가 잦았고 도시가스가 끊긴 적도 한 두번이 아니었다. 그러다가 지난 6월 지금의 전셋집으로 옮겨오면서부터는 임대료 걱정에서 벗어나게 됐다.

어떻게 전셋집 지원하나?=지난해부터 주택공사가 발벗고 나선 ‘주거복지’ 사업이 올들어 하나둘씩 결실을 맺어가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소년소녀가정이나 장애우 등 사회취약계층에 보금자리를 지원하는 사업은 일선 사회복지기관이나 입주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소년소녀가정 등 전세주택 지원사업은 무주택 소년소녀가정, 대리양육가정, 친인척 위탁가정, 교통사고 유자녀 가정 등 어른들이 보호해야 할 아이들이 있는 가정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 제도는 빈곤아동가정의 주거권 보장을 위해 도입한 것으로, 주공은 이들에게 국민주택기금을 통해 무상으로 전세주택을 지원해 준다. 아이들이 만 20살이 되는 때까지는 일체의 주거비용 걱정없이 살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소년소녀가정 전세주택 지원사업은 주택 전세금을 기준으로 수도권 및 광역시는 4천만원, 그밖의 지역은 3천만원까지 지원한다. 신림6동의 정아와 경민이 집은 4천만원에 전세를 얻은 것이다. 주공은 이런 방식으로 이달까지 소년소녀가정과 교통사고 유자녀 가정 등 1500가구의 전셋집을 마련해 줬다.

신림8동의 지영이네 집은 주공이 다가구주택을 사들인 뒤 저소득층에게 저렴한 값에 세놓는 ‘다가구주택 매입 임대사업’을 통해 그룹홈 가정을 지원한 것이다. 주공은 지난해까지 매입한 다가구주택 250채 가운데 26가구를 시범적으로 그룹홈 지원사업으로 제공했다. 또 이달부터는 최근까지 매입을 마친 4500채의 다가구주택 가운데 10%인 450가구 정도를 순차적으로 그룹홈 가정에 지원할 예정이다.

주거 만족도 높아=전세주택 지원을 받아 보금자리를 마련한 이들의 주거 만족도는 상당히 높은 편이다. 최근 주택산업연구원이 전세주택 지원사업을 통해 입주한 수혜가정을 대상으로 전화 설문조사을 했더니, 전체의 87%가 주거 상태가 만족스럽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72.5%는 예전에 다달이 10만~30만원 상당의 월세를 부담했으나 전세주택에 입주한 뒤에는 월임대료 부담이 없어 경제적으로 크게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응답자의 23%는 이전에 10평 이하의 단칸방에서 생활했으나 지원을 받은 뒤에는 95%가 10평 이상, 방 2개 이상의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아이들의 경우 가정이 경제적 안정을 되찾으면서 심리적, 정서적으로도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났다. 응답자들은 전세주택 입주 뒤에 스스로 달라진 점으로 성격 밝아짐(77%), 정서 안정(84%), 학교생활 적극적(78%), 성적 향상(48%), 교우관계 향상(69%) 등을 꼽았다.

박인제 주공 주거복지처 차장은 “밝게 생활하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보람을 느낀다”면서, “공사의 지역본부별로 임직원들이 지역내 전세주택에 입주해 살고 있는 소년소녀가정, 그룹홈, 교통사고 유자녀 가정 등을 정기적으로 돌보고 있다”고 말했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지자체·사회복지기관 협조체계 절실하다”

한행수 대한주택공사 사장

“주거복지 전담기관이라는 사명감을 갖고 서민들의 보금자리를 제공하는데 힘을 쏟겠습니다.”

한행수 대한주택공사 사장은 주거복지 사업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다. 크게 보면 주택공사의 모든 사업이 국민 주거복지 확충을 목적으로 하고 있지만, 최근 주공이 벌이고 있는 소외계층 주거복지 지원사업은 의미가 크다는 것이 한 사장의 생각이다.

한 사장은 지난 10월 주공이 전셋집을 제공한 서울 중랑구 면목동의 한 소년소녀가정을 직접 방문한 적이 있다. 이 가정은 불의의 교통사고로 부모가 사망한 뒤 고등학교 1학년인 소녀가장이 2명의 여동생과 단독주택 반지하에 어렵게 살다가 공사가 얻어 준 학교 근처 단독주택 2층으로 이사해 살고 있었다. 한 사장은 “주거환경이 나아지니까 아이들이 성격도 밝아지고 공부도 잘 하더라”면서, “빈곤의 대물림 현상을 차단하는 것은 주거안정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그는 “다가구 매입임대, 소년소녀가정 전세주택 지원사업 등은 지원대상이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등 사회취약계층으로서 지방자치단체와 사회복지기관 등이 관리하는 계층이어서 이들 기관의 협조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주거복지사업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된 관계로 초기에는 지자체의 업무 담당부서가 불명확한 상태에서 우리 직원들이 여러 부서를 찾아다녀야 하는 등 실무적으로 어려움이 많았다”며 “이 사업을 원활히 수행하기 위해서는 지자체, 사회복지기관 등과의 체계적인 협조체제 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 언론에서도 소외된 불우이웃들의 실상을 알리고 도움을 주고자하는 움직임이 부쩍 많아진 것 같다”면서, “주공이 벌이는 주거복지 사업에도 꾸준히 관심을 가져줄 것”을 부탁했다. 한 사장은 “주공이 벌이는 다가구 매입임대, 소년소녀가정 전세주택 지원사업 등이 국민임대주택 건설과 함께 참여정부의 핵심적인 주거복지 정책으로 성공할 수 있도록 공기업으로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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