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마,잠실5단지 등 사업 초기 재건축 전전긍긍
매물 증가, 가격 하락 불가피...계약 해지 요구도
정부가 재건축 아파트에 대해 개발부담금을 부과하고 안전진단을 강화하는 한편, 재건축 가능 연한을 연장하는 등 대대적인 제도 개선 검토에 착수하면서 재건축 시장에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사업 초기 단계에 있는 재건축 단지는 매수 문의가 뚝 끊기고, 집값 하락을 걱정하는 집주인이나 최근 계약자들의 상담만 줄을 잇고 있다. 일부 단지는 매물이 늘고, 호가 하락도 시작됐다.
◇사업초기 단지 `휘청' = 건설교통부는 조만간 안전진단 직권 조사권을 발동해 재건축 추진단지의 안전진단 과정을 면밀히 검토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아직 안전진단을 통과하지 못한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와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등 중고층 단지들이 직격탄을 맞게 됐다. 저층 단지 중에는 강동구 둔촌지구가 안전진단 통과 전이다. 이들 단지는 대부분 1970년대 말-1981년에 지어져 서울시 조례대로라면 20년후면 재건축이 가능하지만 재건축 연한이 최고 40년까지로 강화될 경우 사업이 상당부분 장기화될 전망이다.
안전진단을 통과하고 재건축을 진행중인 단지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개발부담금이 부과될 수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재건축에 개발부담금을 부과한다면 조합설립인가 단지부터 적용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 토지공개념 당시 재개발이나 지역.직장 조합의 경우 조합이 토지를 취득하는 시점부터 입주때까지 발생한 개발이익에 대해 과세하도록 한 조항을 근거로 든다.
특히 현재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에 따라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재건축 단지는 조합원 지위를 사고 팔 수 없는 것도 적용하기 유리한 조건이다. 이 경우 안전진단을 통과했지만 조합설립인가를 받지 못한 강남구 개포 주공 2-4단지와 시영, 강동구 고덕 주공 2-4단지와 시영 등도 개발부담금을 피해갈 수 없게 된다.
하지만 개발부담금 적용 시점을 언제로 할 것이냐는 논란의 소지가 있다. 재건축은 보통 기본계획 수립단계와 정비구역 지정, 조합 추진위원회 설립 등 조합설립인가 이전부터 가격이 단계적으로 상승하기 때문에 효과가 반감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재건축은 사유지가 대부분이어서 사유재산권 침해 문제가 큰 걸림돌이다. 이 때문에 현재 용적률 증가분의 25%인 임대주택 의무 건립 비율을 50% 정도로 늘리는 방안도 유력한 대안으로 대두되고 있다.
◇매물 늘고 가격 하락 조짐= 정부 발표 이후 사업 초기 단계의 재건축 시장은 찬바람 불고 있다.
대치동 은마아파트 인근 S공인 사장은 "매수 대기자들이 모두 자취를 감췄다"며 "당장 호가가 내리진 않았지만 주말을 거치며 매물이 늘고, 가격도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으로 설 연휴 직전부터 약세로 돌아섰던 잠실 주공5단지는 이달 들어 하락세가 완연하다.
송파공인 최명섭 사장은 "평소 4-8개를 유지하던 매물량이 어제 밤부터 11개로 늘었고, 앞으로 더 증가할 것"이라며 "매수자들이 모두 관망세로 돌아서 이번 주말에만 호가가 2천만-3천만원은 떨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압구정 현대도 매수세가 뚝 끊겼다. 공간공인 김희선 실장은 "안전진단을 강화하면 아무래도 사업이 늦어지지 않겠느냐"며 "매물이 급증한 건 아니지만 최근 단기 급등했던 가격은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단지는 계약 해지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고덕동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며칠 전 500만원에 가계약만 걸어둔 사람이 어젯밤 계약을 해지할 수 없느냐고 문의해왔다"며 "올해 초 강남권에 집중적으로 거래된 재건축 단지의 해약 사태가 빚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개포동의 M공인 사장은 "그동안 비싼 값이 아니면 팔지 않겠다고 버티던 사람들도 매도 의사를 타진하는 등 매물이 급증할 조짐"이라고 말했다. 반면 사업이 거의 끝나 개발부담금 등을 적용받지 않은 재건축 단지는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 휴앤파트너스 박순신 사장은 "일반분양까지 마쳐 분양권 상태인 송파구 잠실, 강남구 청담.도곡 등과 후분양 대상이지만 관리처분이 끝난 서초구 반포 등 저밀도 지구 등은 규제에서 벗어나 투자자들이 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서미숙 기자 sms@yna.co.kr (서울=연합뉴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