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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신한·대구 주총맞아 경영진에 대거 부여
“금융권 부적합…감사·사외이사 포함 더 문제”
주주총회 철을 맞아 시중 은행들을 중심으로 한 금융권이 스톡옵션(주식매입 선택권) ‘잔치’를 벌인다. 삼성그룹과 포스코 등 대기업들이 위화감 조성 등을 이유로 스톡옵션을 폐지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은행들은 감사와 사외이사한테도 스톡옵션을 주고 있다.
국민은행은 28일 임원 21명과 사외이사 9명에게 94만5천주의 스톡옵션을 주겠다고 밝혔다. 장형덕 감사와 9명의 사외이사에게도 5천~3만주의 스톡옵션을 줄 방침이다. 신한금융지주도 지난주 임원들에게 355만8900주의 스톡옵션을 부여할 계획이라고 공시했다. 라응찬 회장 12만주를 비롯해 계열사 사장, 본부장, 사외이사들까지 대상이다. 카드업계에서는 엘지카드가 지난해 말 박해춘 사장에게 10만주를 지급한 것을 비롯해 13명의 임원들에게 25만주의 스톡옵션을 줬다. 하나은행은 아직 스톡옵션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지만 국책은행과 공적자금이 투입된 우리은행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은행이 스톡옵션 부여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몇 해 동안 계속된 금융권의 스톡옵션 잔치를 지켜보는 외부의 눈길은 싸늘하다. 경영진이 주가를 끌어올리려고 단기 실적에만 급급한 경영을 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 때문이다. 스톡옵션은 벤처기업 등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업종에 적합한 것이지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금융권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비판도 있다.
이만우 고려대 경영대 교수는 “기업의 경영실패는 채권단과 주주의 손실로 끝나지만 은행의 실패는 막대한 공적자금 투입 등 국민부담으로 돌아온다”며 “특히 경영 감시를 해야 하는 감사나 사외이사까지 스톡옵션을 나누어 갖는 것은 도덕적 해이의 극치”라고 꼬집었다. 그는 최근 스톡옵션 남발 현상을 두고 단기적인 주가 부양에 관심이 많은 외국인들과 경영진의 이해가 맞아 떨어진 결과라는 진단도 내놓았다. “스톡옵션을 처음 도입한 미국에서도 은행이 도입하는 경우는 없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스톡옵션으로 인한 이익이 반드시 경영성과와 연계되는지도 의문이다. 국내에 스톡옵션 붐을 일으켰던 김정태 전 국민은행장은 2001년 보통주 50만주를 주당 5만1200원에 살 수 있는 스톡옵션을 받았으나 그가 물러난 2004년 10월 국민은행 주가는 3만7400원으로 하락했으며, 1년4개월 뒤인 28일에는 다시 7만4600원으로 올랐다.
물론 “은행도 주식회사인 만큼 스톡옵션을 도입하는 것이 이상할 것이 없다”는 의견도 있다. 김형태 증권연구원 부원장은 “단순히 주가에 따라 이익을 보는 게 아니라 은행업종지수와 연동해 경영성과를 평가하는 등의 장치를 마련하면 현재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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