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2.14 17:49
수정 : 2005.02.14 17:49
올들어 중·소형주의 강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이달 들어 기관투자가의 매수 여력이 확대되면서 상대적으로 몸집이 가벼운 중·소형주에 매수세가 몰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소형주 가운데 저평가된 종목들이 많아 이들의 강세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 중·소형주 더 높이 뛰었다=올들어 유가증권시장(옛 증권거래소)에서 대형주(시가총액 상위 100위 안) 지수는 8.4% 오르는 데 그쳤지만 중형주(시가총액 101~300위)는 18.6%, 소형주(301위 이하)는 29.1% 각각 올라 대형주의 상승률을 압도했다. 지난해 12월 한달간 대형주의 상승률이 1.9%로 중형주(0.31%)와 소형주(0.86%)를 웃돌았던 점을 감안하면 올들어 중·소형주의 강세는 눈에 띄는 변화다.
업종별로 보면 시가총액 비중이 전체에서 2%에 못미치는 중소 업종이 종합주가지수 상승률을 웃도는 실적을 내고 있다. 대신증권이 14일 집계한 자료를 보면, 올들어 종합주가지수 상승률을 초과한 업종은 의료정밀·의약·운수장비·건설·의류·종이목재·전기전자·기계·비철금속 등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시가총액이 큰 이른바 ‘메이저’ 업종은 전기전자와 운수장비 뿐이다.
■ 기관 매수세가 강세 배경=최근 소매판매와 소비심리 등 내수 관련 경기지표들이 회복될 기미를 보이고 있는 점이 중·소형주의 강세에 일조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대형주보다는 중·소형주들이 내수 비중이 높은 종목들로 이뤄져 있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대형주들은 수출 둔화 우려감이 여전하고 ‘큰 손’ 구실을 하는 외국인들의 기조적인 매수세가 뚜렷하지 않은 상황이다.
무엇보다 시중자금의 주식시장 유입에 힘입어 기관투자가가 증시의 주요 매수세력으로 등장한 점이 중·소형주 강세를 뒷받침하고 있다. 한요섭 대우증권 선임연구원은 “2000년부터 중·소형주는 기조적인 약세 흐름을 지속했는데, 이는 증시의 주요 매수주체가 대형 블루칩 위주로 투자하는 외국인이었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적립식투자 활성화로 기관의 매수여력이 확대되면서 중·소형주 강세 흐름이 전개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중현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펀드 운영기간이 1년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기관투자가는 블루칩보다 몸집이 가벼워 변동성이 크고 시세 움직임이 빠른 중·소형주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달 들어 기관투자가의 중·소형주 선호 현상은 극명하다. 기관은 지난달에 376억원어치 순매수했던 대형주를 이달에 3666억원 순매도한 반면 중·소형주는 각각 524억원, 81억원 순매수했다.
■ 추가상승 여력 충분=중·소형주의 강세 흐름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성진경 대신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대형주는 수출 부담과 중국 위안화 절상 가능성이 잠재돼 있어 중·소형주 중심의 강세는 좀 더 연장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중·소형주들은 또 최근 주가가 크게 올랐음에도 여전히 저평가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대우증권은 14일 보고서에서 유가증권시장 중·소형주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각각 0.65와 0.44로 1.32인 대형주보다 저평가돼 있어 투자매력이 높다고 지적했다. 김중현 연구원은 “간접투자 자금이 계속 유입되고 있어 기관들이 중·소형주 가운데 저평가된 종목을 발굴하려는 노력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을 기자
he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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