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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국계 증권사 진단 한국 증시가 재평가되고 있다는 외국계 증권사들의 진단이 잇따르고 있다. 종합주가지수가 1000을 바라보고 있지만 1000 돌파 뒤 바로 고꾸라졌던 과거와는 증시의 체질이 확연히 달라졌다는 것이다. 이들은 그동안 한국 증시에 꼬리표처럼 따라붙던 ‘코리아 디스카운트’(할인 요인)도 점차 해소되고 있다며 증시의 지속적인 오름세를 점쳤다. 재무구조 개선·이익 변동성 감소등 변화
주가 상승여력 충분…1분기안 1000 돌파
모건스탠리·CLSA·UBS 등 잇단 ‘장밋빛’ 모건스탠리증권은 지난 18일 ‘한국 재평가(리레이팅): 더이상 금단의 열매가 아니다’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한국 증시의 재평가는 이미 진행 중이며, 앞으로 3년 안에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천웅 모건스탠리증권 상무는 “빈약한 기업이익의 질, 높은 이익 변동성, 지정학적 위험 등의 요인으로 한국 증시는 그동안 다른 아시아 시장보다 주가가 낮았다”며 “하지만 지난 5년 동안 이 요인들에 돌이킬 수 없는 중대한 변화가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그는 집단소송제로 상징되는 회계 투명성과 소액주주 보호 장치가 도입됐고, 부채 비율이 90%로 떨어지는 등 재무구조 개선 노력과 함께 기업 이익의 변동성이 줄었으며, 북한 관련 위험은 여전하지만 군사충돌 가능성은 현저히 줄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특히 “과거의 주식실패 경험, 정보의 비대칭성, 부동산 신화, 투신사에 대한 불신 등으로 인해 국내 투자자들이 증시 참여를 꺼린 점이 증시 재평가의 걸림돌이었다”며 “하지만 이제 주식 비중을 늘리는 쪽으로 자산 재분배가 이뤄지는 단계에 들어섰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저금리, 정부의 부동산 규제 등과 더불어 적립식펀드의 확산이 큰 구실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모건스탠리는 “종합주가지수는 지금 수준보다 16~17% 상승 여력이 있다”며 “1분기에 1000을 돌파하고 12개월 안에 최고 1120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크레디리요네(CLSA)증권도 지난 15일치 보고서에서 “우리는 한국 증시가 지금 재평가 과정을 거치고 있다고 확신한다”며 “재평가로 인해 종합주가지수는 현재보다 훨씬 높은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증권사는 기술적 분석 방법인 엘리엇 파동이론을 적용하면 종합주가지수는 지금보다 65% 상승 여력이 있으며, 이번 랠리는 2007년 3분기에 정점을 찍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증권사는 “개인투자자들이 증시로 되돌아오고 있다”며, 지난달 7조9천억원의 자금이 은행권에서 빠져나와 이 가운데 절반 가량이 주식시장으로 유입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리먼브러더스증권은 “과거 17년간 지속됐던 5년 주기의 종합주가지수 순환사이클이 끝났다”며 “종합주가지수는 올해 역사상 고점을 뚫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용철 리먼브러더스증권 상무는 최근 보고서에서 “대기업들의 수익성 개선, 기업지배 구조의 투명성 강화, 경기 부양책 등 정책환경 변화 등으로 이번에는 5년 등락 주기가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비에스(UBS)증권도 “한국 증시가 지속적인 랠리에 들어섰다”고 단언했다. 장영우 유비에스증권 서울지점 대표는 지난 16일 ‘지속적인 랠리의 시작’이란 보고서에서 “94년, 99년, 2000년에는 종합주가지수가 1000을 뚫었지만 상승세는 지속되지 않았다”며 “기업이익은 높아진 대신 밸류에이션(기업가치 척도)은 낮아졌고 경기선행지수와 국내 소비가 바닥인 점 등에 비춰 이번 상승세는 지속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지나친 낙관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다.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은 지난 17일 “현재 경기지표가 바닥이라 하더라도 시장에는 이미 경기회복 기대가 반영되어 있으며, 적립식펀드로 인한 유동성 개선도 아직 한국 증시의 재평가를 이끌기에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 증권사는 “한국증시의 재평가는 당장 이뤄지지 않고 2~3년에 걸쳐 진행될 것”이라며 “우리의 분석모델상 적정 지수 최고치는 974선에 불과해 지금 공격적으로 차익 실현에 나설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이호을 기자 he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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