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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 살아나며 가장 큰 수혜 전망
외국인 등 집중적으로 사들이면
업종지수 2002년 7월 이후 최고
은행주들의 주가가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달 중순 이후 다소 주춤거리던 은행주들은 최근 외국인 매수세가 가세하며 다시 오름세에 불을 당긴 모습이다.
■ 상승 탄력 받았나?=지난 4일 주식시장에서 기업은행 주가는 5.72%나 치솟았고, 우리금융지주는 5.67% 급등하며 1만원 선에 바짝 다가섰다. 업종대표주인 국민은행은 2.33% 오른 4만8400원으로 지난해 4월 말 이후 최고치로 올라섰다. 외환은행은 1.7%, 신한금융지주는 0.68% 각각 올랐다. 이날 기업은행·우리금융지주·대구은행·부산은행 등은 52주 신고가 기록을 경신했다.
개별 은행주의 상승에 힘입어 이날 은행업종 지수는 전날보다 1.93% 뛴 215.28로 마감했다. 이는 2002년 7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주가가 장기적인 상승세를 그려온 제조업과 달리, 하락세에서 못 벗어나 종합주가지수 1000 돌파의 걸림돌이란 비아냥까지 들었던 예전 모습과는 딴판이다. 지난달 24일 오름세로 반전한 은행주는 지난 4일까지 8.7% 상승하며 같은 기간 종합주가지수 상승률(4.6%)을 훨씬 웃도는 강세를 보이고 있다.
■ 외국인 열기 후끈=은행주에서 최근 눈에 띄는 변화는 외국인들의 매수세가 부쩍 늘었다는 점이다. 지난 4일 외국인들은 은행업종에서 333억원 어치를 사들이며 전 업종 가운데 가장 많은 순매수를 보였다. 또 지난 한주간 국민은행을 1182억원, 신한금융지주를 433억원 어치 순매수하며 나란히 순매수 상위 1, 2위에 올려놓았다.
따라서 국민은행의 외국인 지분율은 연초 76%에서 78%대로 뛰어오르며 사상 최고 수준에 근접했고, 하나은행은 외국인이 12일째 순매수행진을 벌이며 외국인 지분이 73%를 훌쩍 넘어섰다. 우리금융지주도 외국인 지분율이 12%대까지 치솟았다. 주가지수 1000 돌파를 전후로 시장의 주요 매수주체로 자리잡은 외국인들이 은행주를 집중적으로 사들이는 것은 앞으로 은행주 주가에 우호적인 여건을 만들고 있다.
■ 강세 배경과 전망=은행주의 강세와 외국인 매수세는 내수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강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경기지표 상으로 아직 뚜렷한 회복세는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정부의 경기부양책 등에 힘입어 내수가 점차 살아나면서 은행주가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 은행주의 매수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은행들이 올해도 큰폭의 실적 개선을 이룰 것이라는 기대도 주가에 반영되고 있다. 삼성증권이 분석한 자료를 보면, 올해 유가증권시장 전체 기업들의 순이익은 지난해보다 1% 증가에 그치는 반면, 은행들의 순이익은 44%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외국인들이 은행주와 함께 최근 해운·화학·조선 등의 주식을 사들이는 것도 올해 실적 개선이 예상되는 업종이라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우리금융지주는 엘지투자증권과의 합병에 따른 시너지 효과가 예상되는 점도 호재로 꼽힌다.
내수 회복이 눈으로 확인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경기 바닥 탈피만으로도 은행주에는 긍정적인 주가 흐름이 예상된다. 한정태 미래에셋증권 금융팀장은 “내수회복에 따른 경제의 선순환에 대한 심리적인 기대감이 크다”며 “실적 개선 모멘텀까지 더해져 은행주 주가는 좋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기업은행은 경기회복으로 이익 증가 가능성이 가장 높다며 최근 증권사들의 매수 추천이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실질금리의 마이너스 전환에 따른 예금 이탈과 외국계 은행들과의 경쟁 심화로 인한 마진 악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유재성 삼성증권 금융팀장은 “실적 개선은 충당금 감소 영향이 크기 때문에 은행주 전반의 리레이팅(재평가)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며 △수익력 대비 저평가된 종목 △인수합병 등 재료가 있는 종목 △구조조정 수혜주 등에 초점을 맞추라고 조언했다.
이호을 기자 he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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