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08.08 20:37
수정 : 2011.08.08 22:46
|
코스피가 폭락한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대신증권 객장에서 한 투자자가 온통 녹색(하락 때, 오를 땐 붉은색)으로 변한 전광판을 바라보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
코스피 긴박했던 하루
1시 넘어 1800까지 추락했다 장막판 겨우 반등
140p 변동폭…아시아국가중 가장 많이 떨어져
코스닥 ‘서킷브레이커’…개미들 “망했다” 탄식
8일 증시는 폭락장에다 변동폭이 무려 139.92(7.7%)에 이르러 주식을 들고 있는 투자자들은 공포감에 사로잡혔다. 증권가 객장에서 주가 폭락을 지켜보던 일부 투자자들에게선 “망했다”는 탄식의 소리가 흘러나왔다.
■ 9~11시 폭풍 전야 미국 신용등급 강등이 발표된 뒤 처음 열리는 한국 증시는 개장 전부터 초긴장 상태였다. 토·일요일 개장한 중동 증시가 폭락했다는 소식에 투자자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오전 8시30분 미국의 나스닥 100지수선물과 에스앤피(S&P) 500지수선물이 2% 안팎의 하락을 나타내자 점차 체념하는 분위기가 확산됐다. 장 시작 전 “미국이 최고등급을 잃었지만 금융시장 충격은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증권사들의 보고서가 배포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9시 개장하자마자 코스피는 지난 주말보다 27.18(1.40%) 낮은 1916.57로 시작했다. 그러다 낙폭을 줄이며 오전 9시26분께 1940선 턱밑까지 다다르며 반등하는 듯했다. 증권가 메신저에선 “마지막 악재를 견뎌내라” “추세를 포기해선 안 된다” 등의 시황 멘트들이 돌며 투자자들을 고무시키고 있었다.
■ 11시~1시30분 1800까지 추락 하지만 이후 코스피는 바닥을 모르는 듯 추락하기 시작했다. 오전 11시27분 1900을 단숨에 뚫고 내려간 코스피는 오후 들어 1800선을 위협하기 시작했다. 개인들도 투매에 나섰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온 투자자들은 물론 증권사 직원들도 공포에 사로잡히기 시작했다. 10% 넘게 자유낙하하던 코스닥이 먼저 거래가 중단됐다. 오후 1시10분 2년10개월 만에 처음으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 것이다. 13분 뒤에는 코스피마저 2년7개월 만에 처음으로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투자자들은 “차라리 잘됐다”거나 “투자심리가 더 악화될 뿐”이라며 자포자기하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백약이 무효였다. 코스피는 오후 1시29분 1800.00까지 곤두박질쳤다.
|
긴박했던 8일 주식시장 상황 (※ 이미지를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 1시30분~3시 막판 반등 그러나 묘하게도 정확히 이 지점에서 급반등하기 시작했다. 기관들이 저가 매수에 나선 것으로 추정된다. 오후 1시51분에는 주식을 담보로 대출받아 산 주식들이 일제히 반대매매 당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주가 폭락으로 담보비율이 내려가 증권사들이 강제로 매도 주문을 냈다는 것이다. 실제 가능성도 없지 않지만 흔히 투자심리가 최악일 때 나오는 루머인 경우가 많다. 주가가 반등하고 오후 2시 조금 넘어 “오늘 바닥을 쳤다”는 시황이 메신저로 돌았다. 1800선을 지지선으로 국제 공조 등에 따라 반등이 시작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결국 코스피는 3.82% 떨어진 1869.45로 마감했다.
■ 망연자실한 주식투자자들 “폭락, 폭락이죠. 패닉 상태라는 말이 딱 맞아요. 리먼브러더스 사태 때보다 더 심한 것 같아요. 손절매 시기도 지났고, 손 놓고 있어요.” 15년째 주식거래를 해왔다는 감민호(47)씨는 이날 서울 명동의 한 증권사 객장에서 이렇게 말하며 한숨만 내쉬었다. 옆에 있던 60대 남성은 “망했네, 망했어. 개인들은 어떻게 하나…”라고 혼잣말로 되뇌었다. 그는 “최근에 개인들이 계속 주식을 샀는데 다 물렸다”며 “개인은 오를 때 조금씩 먹다가, 털릴 땐 다 털린다”고 말했다. 다른 객장에서 만난 홍종완(70)씨는 “개인들이 자기 여유자금으로 주식을 샀으면 그래도 나은데, 신용대출이나 미수를 받아서 투자한 사람은 문제가 크다”고 말했다.
한광덕 선임기자, 이재명 김지훈 기자
kdhan@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