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금융허브 육성”밝혀 증권거래소·코스닥증권시장·선물거래소를 하나로 통합하는 한국증권선물거래소가 27일 출범한다. 증권선물거래소는 이날 오전 부산 본사에서 창립 기념행사를 열고 공식적인 활동에 들어간다. 기존의 증권거래소·코스닥증권시장·코스닥위원회·선물거래소는 없어지고 증권선물거래소 산하의 본부로 통합된다. 증권선물거래소는 유가증권시장본부(증권거래소)·코스닥시장본부·선물시장본부·경영지원본부·시장감시위원회 등 5개 본부 체제로 운영된다. 그러나 일반 투자자들은 3개 시장의 통합에 상관없이 이전과 똑같이 증권과 선물을 거래할 수 있다. 증권선물거래소 출범으로 한국의 증권시장은 보다 선진화된 시장으로 발전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증권계좌와 선물계좌가 통합돼 하나의 계좌로 모든 거래를 할 수 있게 되며, 거래를 위한 증거금 관리도 통합된다. 특히 조직이 주식회사 형태를 취함으로써 지금보다 훨씬 효율적인 조직 운영을 위한 틀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이영탁 증권선물거래소 이사장은 지난 19일 열린 창립 주주총회에서 “동북아 금융의 중심이 되도록 증권선물거래소를 발전시켜 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증권선물거래소가 동북아 금융시장의 허브로 발전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형식상 주식회사이긴 하지만 시장 운영과 임원 선임 등 모든 주요 결정 사항이 실질적으로 정부 통제 아래 놓여있기 때문이다. 현재 상태에선 고객과 주주 위주의 경영이란 주식회사 전환의 취지를 제대로 살릴 수 없다는 것이 증권계의 평가다. 사실 초대 임원 선임 과정도 주주들은 철저히 배제된 채 재정경제부 등 힘있는 기관의 나눠먹기식 인사로 이뤄졌다. 한국 증권시장은 거래량과 거래대금 등 물량면에서는 국제적으로 손색이 없지만 질적인 면에서는 국제적인 수준에 미달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지나친 규제로 상품 종류가 극히 제한돼 있다. 특히 싱가포르와 홍콩과 달리달러화 또는 엔화 표시 상품이 전무해 외국자본 유입이 어렵고 국제 경쟁력에서도 떨어진다는 것이다. 외국 증권사 주주도 홍콩증권거래소가 100개에 이르는 데 반해 한국은 제이피모건증권과 매커리증권 2개뿐이다. 증권선물거래소가 아시아 국제 금융시장의 중심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조직의 통합과 개편뿐 아니라 대대적인 내부 체질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증권 전문가들의 충고이다.
정남기 기자 jnam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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