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의 하락을 부추길 만한 악재가 새로 돌출된 것은 아니지만 매도욕구가 강해진 상태에서 반등에 실패하자 투자주체들의 매도를 연쇄적으로 확산시켰다는 해석이다. 또 이날 증시에는 정부가 태스크포스를 구성, 제2의 금융실명제에 버금가는 포괄소득세제도를 만들고 있다는 소문도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약세장에서는 조그마한 악재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증시에 나돈 포괄소득세제도 소문의 여파는 예상외로 컸다는 분석이다. 한화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오늘 하락은 이번 주 들어 시작된 조정의 연장선"이라고 지적하고 "매도 욕구가 강한 시기에 프로그램 매물이 쏟아지면 연쇄적인 매도세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1,250선까지 하락도 우려 = 증시 전문가들은 최근의 폭락 장세로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됐고 기업실적이 기대만큼 좋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감이 상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추가 하락을 걱정하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60일 이동평균선이 1,310선에서 지지력을 시험받은 뒤 이 선이 붕괴되면 1,250선까지 떨어질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우리투자증권 황창중 투자전략팀장은 "1,310선이 무너지면 최근 지수 상승기의 변곡점이었던 1,250~1,280까지 하락할 수 있다"면서 "투자심리가 회복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이종우 센터장은 "아무리 시장이 좋아도 조정국면에 들어가면 10% 정도의 조정은 생각해야 한다"면서 코스피지수가 1,300선 아래까지 후퇴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동양종금증권 김주형 연구위원은 "향후 1~2주 정도의 조정 후 본격적인 반등세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 임태섭 전무는 "증시가 연속 급락했지만 하락위험이 충분히 해소되지 않았다"면서 "조금 더 빠질 가능성도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방어적인 투자전략 필요 = 증시는 원.달러 환율, 유가, 해외증시, 유동성 등의 변수에 따라 추가 조정 소지가 크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환율과 유가는 기업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해외증시 상황과 투신권 자금여력은 수급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이들 변수가 부정적인 쪽으로 움직이면 증시상황도 더 악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따라서 당분간은 주식비중을 줄여 위험관리에 치중하면서 실적이 개선이 예상되는 우량주에 대한 매수기회를 노리는 것이 유리하다고 전문가들은 제안하고 있다. 또 증시가 예상 이상으로 오랜 약세장을 지속할 것에 대비해서는 증시 하락률이 커질 수록 수익률이 높아지는 리버스펀드에 가입하거나, 투자위험이 적은 주식형펀드 등의 간접투자로 전략을 바꾸는 것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대우증권 이영원 투자전략 파트장은 "유가나 환율, 펀드환매 등의 위험요인이 남아 있어 공격적인 투자보다는 방어적인 전략이 필요하다"고 전제하고 "내수업종이면서 시기적으로 상승 흐름을 타는 종목들로 투자범위를 좁혀야 한다"고 말했다. 대신증권 박소연 연구원은 "과거 코스피지수가 급락국면에서 강한 반등을 나타낸 시점은 12일 심리선의 바닥 확인 시점과 일치했다"면서 "지수가 단기고점을 형성했던 2005년 4월과 8월 10월 모두 본격적인 반등이 나타났던 것은 12일 심리선이 과매도 국면인 30선 근처까지 하락했을 때"라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그러나 현재 12일 심리선은 50을 기록하고 있어 최근의 폭락에도 시장심리가 중립 수준에 머물러 추가 과열해소 국면이 전개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투자증권 김세중 연구원은 "증시의 상승추세가 도전받고 있을 뿐 완전히 꺾인 것은 아니기 때문에 조정 이후 상승기를 대비하는 전략이 필요하며 아직 채권이나 다른 펀드 등으로 투자대상을 바꿀 때는 아니다"고 말했다. 한국펀드평가 이동수 애널리스트는 "주식시장의 조정이 지속된다고 가정하면 지수가 하락할수록 수익률이 높아지는 리버스인덱스펀드 등이 유망하며, 단기적으로 지수가 100포인트 가까이 빠져 반등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염두에 둔다면 공격적인 주식형펀드에 가입할 시점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대호 기자 daeho@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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