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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부분파업 13일째…이번 주말 고비 |
현대자동차 노조의 파업이 예상 밖으로 장기화하고 있다. 12일로 부분파업 13일째를 맞은 가운데 노사 협상은 계속 평행선을 달리고 파업의 수위는 더욱 높아져 가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임금교섭이 결렬됨에 따라 지난달 26일부터 주·야간조를 합해 하루 4~8시간씩 부분파업을 벌이다가, 12일에는 주·야간조 각각 6시간씩 12시간 파업에 들어갔다. 또 13~14일에는 울산·전주·아산 등 조립공장 야간조가 전면파업을 하고, 14일에는 지금까지 나서지 않았던 판매와 정비부문 조합원들도 부분파업에 들어가기로 했다. 회사쪽은 노조 파업 이후 11일 현재까지 4만7천여대의 생산차질과 6459억원의 매출손실을 기록했으며, 판매와 정비부문으로 파업이 확산될 경우 손실은 크게 불어날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다.
핵심쟁점 놓고 의견 팽팽=그렇게 오래 가지 않으리라고 예상됐던 파업이 진정되기는 커녕 더욱 확산되는 이유는 핵심 쟁점에 대한 노사간 이견이 좀처럼 좁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노조는 올해 임금협상안으로 기본급 대비 9.1%인 12만5524원의 임금인상안을 제시하고 현행 시간급 임금체계를 월급제로 전환하고 근속연수에 따라 호봉제를 도입하는 등 8가지 요구안을 내놓았다. 이 요구안을 바탕으로 노사교섭이 지난 4월말부터 시작됐으나, 검찰의 비자금 수사와 정몽구 회장 구속 등으로 경영진쪽에서 입장을 내놓지 못하면서 협상은 파행으로 치닫는 국면이다.
회사쪽은 파업 12일째인 지난 11일에야 △기본급 대비 4.4%(6만500원)의 임금인상 △통상급 100%의 성과급 △품질·생산성 향상 100만원 △경영실적에 따른 추가 성과급 2007년 상반기 논의 등의 일괄안을 제시하고 타결을 시도했으나 거부당했다.
노조 요구안 가운데 호봉제와 월급제 같은 임금체계 개선안, 주간연속 2교대제 시행 등 핵심 쟁점에 대한 답변이 없다는 이유다. 노조 관계자는 “회사쪽은 8가지 별도 요구안 대부분을 ‘실무위원회를 구성해 나중에 논의하자’는 식으로 애매하게 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쪽은 “올해는 임금협상만 교섭 대상인데 노조가 단체협상에 해당되는 요구까지 들고나와 협상을 어렵게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번 주말이 고비=올해 노사협상에서는 사실 뚜렷하게 부각되는 쟁점이 없다. 그런데도 파업에 따른 손실 규모가 이미 지난 2004년 임금협상 때의 2배에 이르며, 임금과 단체협상을 병행하던 지난해 총손실 규모마저 넘어섰다는 게 회사쪽의 계산이다.
회사 관계자는 “환율하락과 고유가 등으로 경영상황이 악화한 가운데 노조가 사실상 전면파업에 가까운 수준으로 파업강도를 높이며 압박하고 있다”며 파업 자제를 강하게 요구했다. 다만 “정몽구 회장의 출소 이후 경영진 쪽에서도 구체적인 협상안을 내놓고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만큼 곧 타결의 실마리를 찾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현대차 노사는 13일 다시 본협상을 열어 쟁점 사항에 대한 의견 접근을 시도할 예정이다.
박순빈 기자 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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