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건(36·필묵 대표)씨
|
캘리그래퍼 김종건 ‘필묵’ 대표
단번에 눈길 못 끌면 실패개성적 글씨 만들기 과제 김종건(36·필묵 대표)씨는 요즘 잘나가는 캘리그래퍼(Calligrapher), 우리말로는 손글씨 전문가다. 영화 포스터인 ‘복수는 나의 것’, 농심의 ‘건면세대’, 김치냉장고 딤채 앞면의 한글 패턴이 그의 작품이다. 서예를 전공한 뒤 서체디자이너로 근무하던 김씨가 인사동에 손글씨 전문업체를 처음 낸 것은 1993년. 일본의 서예 관련 웹사이트에서 다양한 손글씨들이 디자인 제품으로 활용되는 것을 보고, 이 길로 뛰어든 것이다. “서예를 어떻게 대중화시킬 것인지가 전공자로서의 한결같은 고민이죠. 창업 초창기에는 패키지, 광고, 책 표지, 간판과 같은 시각디자인 쪽에 활용되는 정도였는데, 최근에는 생활도자기, 가구, 가전제품, 생활인테리어 등으로 손글씨 시장이 많이 넓어지고 있습니다.” 제품이나 책 내용의 이미지를 표현하는 최적의 글씨체를 뽑기까지는 부단한 노력이 뒤따른다. 책 내용을 모두 읽어야 하는 것은 기본이고 상품명을 의뢰한 고객과 콘셉트를 놓고 충분한 대화를 나눠야 한다. 단번에 소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지 않으면 ‘실패’이기 때문이다. “화선지에 붓으로 쓴 글씨를 스캔받아 컴퓨터로 다시 작업을 하게 됩니다. 포토샵 등을 이용해 글자꼴을 만들어 가는 거지요. 손글씨는 아날로그이지만 디지털의 충분한 도움을 받아 좀더 아름다운 새 작품으로 탄생하지요.” “획이 가볍다, 조형성이 떨어진다, 서예의 전통을 파괴한다며 비판하는 서예가들도 있습니다. 상업적으로 이용되는 것을 못마땅해하는 이들도 있고요. 하지만 붓으로 쓰인 아름다운 한글이 다양한 모습으로 발전할 수 있고 현대적 감각의 디자인을 만나 상품을 더 부각시키는 구실을 한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손글씨를 디자인에 접목하고자 그의 회사를 찾아 배움을 구하는 광고회사나 출판사의 디자이너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서예가라면 타이포그래피와 디자인을 이해해야 하고 반대로 디자이너라면 붓을 통해 나오는 글씨의 맛을 디자인 콘셉트에 맞출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겠죠. 많은 디자이너들이 손글씨, 먹그림, 전각을 공부하고 있는데, 서로 잘 협력한다면 우리나라의 디자인과 서예가 큰 발전을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
|
최영순의 톡톡 튀는 직업인
|
| |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