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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년 경력·대학원 졸업하면 유리 대형 공사에서 발주자가 건설 전 과정을 살피고 관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사업 계획 수립, 타당성 분석, 설계자 선정, 시공업체 선정, 품질 관리, 안전 보장 등에 대한 정확한 판단이 필수적이지만, 발주자가 이에 필요한 지식과 능력을 확보하고 있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설계업체나 시공업체 등에 의지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이들은 계약에 따라 책임을 수행하고 이윤을 얻는 게 목표이지, 발주자의 입장에서 함께 고민해 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전문 지식을 갖고 공사 전 과정을 총괄하는 관리자가 없는 상태에서 발주사, 설계사, 시공사, 감리사 등 각 공사 주체들이 우왕좌왕하다 보면 공사의 품질을 보장하기 어렵다. 특히 공사비가 1조원이 넘는 대형 공사는 공기 지연, 부실 공사 등의 부작용이 곧바로 막대한 손해로 이어진다. 시엠(CM)전문가는 건축주를 대신해 설계자와 시공자를 조정하고 통제해 제한된 시간과 예산으로 최고의 품질을 달성시켜 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으로서, 건축주(발주자)에 대한 조언자이자 컨설턴트다. 사업 계획 수립, 타당성 분석 및 평가부터 참여 집단 사이의 갈등을 조정하는 역할까지 맡는다. 시엠은 1980년대 미국에서 도입되기 시작해 그 효과를 입증 받았으며, 우리나라에는 1990년대 삼풍백화점이나 성수대교 붕괴사고 등을 겪고난 뒤 건설산업기본법, 건설기술법, 국가계약법 등 관련 법규가 정비되면서 적용 사례가 늘고 있다. 영종도신공항, 경부고속전철, 상암월드컵경기장, 타워팰리스, 에스케이텔레콤사옥 등이 시엠을 통해 성공적으로 건설이 이뤄진 사례로 꼽힌다. 시엠 전문회사로는 해외의 경우 전문 설계 엔지니어링 업체인 벡텔과 파슨스 같은 업체가 있으며, 국내의 경우 1996년 파슨스와의 합작으로 출범한 한미파슨스가 대표적인 업체다. 최근에는 대형 설계업체와 시공업체들도 시엠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시엠이 되려면 건설 전 과정에 대한 광범위한 지식이 필요한데, 대학 졸업 후 바로 건설 현업으로 들어가기보다는 관련 대학원 등에서 지식을 쌓은 후 진입하는 것이 시간을 줄이는 방법이다. 한양대 등에 시엠 전문과정이 개설돼 있다. 신입사원은 거의 뽑지 않으며, 최소 3~4년의 경력이 있어야 지원이 가능하다. 국내 시엠의 역사가 길지 않기 때문에 유학을 가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유학은 그 자체만으로는 중요하진 않으나, 벡텔이나 파슨스와 같은 선진 시엠업체 근무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 도전해 볼만하다. 민간자격증으로 한국시엠협회에서 발급하는 건설사업관리사 자격증이 있으나, 필수적인 것은 아니다. 진관숙/커리어케어 리서치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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