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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망 파손 해법 구하러 ‘예상지점’ 미리 찾아다녀 번개가 번쩍거리고 벼락이 치면,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건물 안으로 몸을 숨긴다. 하지만 케이티(KT) 충남서부고객서비스센터 정환철(46) 과장은 집이나 사무실에 있다가도 벼락이 치면 서둘러 밖으로 뛰어나간다. “벼락이 전화선을 타고 집 안으로 들어와 전화기나 컴퓨터 부품을 태우는 것을 완벽하게 막을 방법을 내 손으로 찾아내고야 말 겁니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굴로 들어가야 하듯, 벼락 막을 방법을 찾으려면 벼락치는 곳으로 가야 하지 않겠어요?” 그는 충남 서부지역 케이티 가입자들의 전화 및 초고속인터넷 통신망을 관리하는 일을 하고 있다. 그가 벼락을 쫓는 이유도, 통신망을 망가뜨려 고객만족도를 떨어뜨리는 주범이 바로 벼락이기 때문이다. 벼락이 치면, 초고속인터넷 모뎀이 타고, 전화기가 망가지는 피해가 속출한다. 특히 이 곳은 서쪽 바다와 닿아있어 벼락이 잦다. “벼락을 맞아 모뎀이 탔는데도, 고객들은 케이티에게 불평을 해요.” 케이티는 그동안 벼락으로 인한 통신망 파손을 천재지변으로 간주하며 감수해왔다. 하지만 그가 보기에는 해결 방법이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직접 해결책을 찾아보기로 결심하고, 벼락 치는 곳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서산기상대에 벼락 특보가 있을 때마다 미리 알려 달라고 부탁해 놓기까지 했다. 그는 이미 접지방법을 개선하고, 전화선이 집으로 들어오는 부분에 벼락방지회로를 달아 피해를 줄이는 방법을 찾아냈다. 회로도 직접 만들었다. 지난해에는 이를 자신이 맡고 있는 충남 서부지역 가입자들에게 적용해 큰 효과를 보았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벼락이 칠 때마다 2천여대의 모뎀이 망가졌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200개 이하로 줄었죠. 홍성지사에서만도 올해 6억7천만원의 비용이 절감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그는 벼락 피해가 줄어든 것에 만족하지 않는다. 더 싼 비용으로 완전히 없애는 방법도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도 벼락 칠 곳에 먼저 가서 기다리기를 계속한다. 지난해 회사가 그의 비용절감 노력을 인정해 해외여행 기회를 줬지만, 팀원을 대신 보내고 자신은 계속 벼락 쫓는 일을 하고 있다. “벼락을 쫓다보니 아내가 걱정을 많이 하지만, 나는 믿어요. 고객을 위하는 일인데, 설마 벼락 맞기야 하겠습니까?” 충남 홍성/김재섭 정보통신전문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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