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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6.02 16:58 수정 : 2005.06.02 16:58

술꾼이라면 무척이나 부러워할 사람들이 있다. 일터에서 당당하게 낮술을 마시는데다, 술잔을 건넬 든든한 술친구도 있다.

국순당 부설 연구소의 연구원인 신우창(37)씨와 조규종(29)씨가 그 주인공이다.

“일의 성격상 술맛을 보게 되는데, 하루에 반병이나 한병꼴은 자연스레 마시게 돼요. 아침에 요구르트를 마셔서 속을 다스린 뒤 일과를 시작하지요.”

신 연구원의 주량은 백세주 세병, 후배인 조 연구원의 주량은 한병 정도. 하지만 술마신 다음날 두통·배탈 등 숙취 증상을 알아보려고 일부러 주량을 넘기기도 한다. “숙취테스트 땐 사내 지원자 10명 안팎을 모아 함께 술을 마셔요. 우리도 술자리에 같이 끼는데, 기분 내다 자리를 옮겨 또 마실까봐 걱정이지요. 맥주나 다른 술을 섞어 마시면 실험이 안 되니까요.”

술을 마시는 게 일이 되다보니 웃지 못할 사연도 있다. 이들이 신제품 개발에 매달릴 땐 퇴근 전에 꼭 휴대용 음주측정기로 혈중 알코올 농도를 잰다. “연구실에서 마신 술이 깼다고 생각했는데, 불면 나올 때도 있어요. 음주운전으로 봉변당하지 않으려면 조심해야 해요.”

이들은 스스로를 ‘주방장’이라고 부른다. 술의 쓴 맛 등을 수치로 재기도 하지만, 결국 맛은 주방장의 직관에 달려 있다. 이들은 지난 2년여 동안 백세주의 리뉴얼 작업에 매달렸다. 지난달 초 알코올 도수를 1도 높이고 산수유·울금 두가지 약재를 추가한 새 백세주를 내놨다. 백세주가 술맛을 완전히 바꾼 것은 1992년 이후 처음이다. 요즘은 새 술의 품평에 귀를 쫑긋 세운 채 하루하루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으로 지낸다.

우여곡절 끝에 탄생한 새 백세주는 좀더 ‘젊은 술’을 지향한다. 기존 백세주의 타깃 연령은 37.5살이었는데, 이번엔 두세살을 더 낮춰 잡았다. 맛의 나이를 재는 일은 쉽지 않아서 개발자들의 고민도 컸다. 이들은 벽에 부딪친 토익 점수를 보듯 술맛 개척의 진도가 나가지 않을 때가 가장 힘들다.

“직장 초년병들한테도 사랑받는 술을 만들고 싶었거든요. 좀더 젊은 술로 자리매김을 해야겠다는 생각이었지요.”


이들은 ‘바뀐 술맛 좋더라’고 걸려오는 전화가 가장 반갑다. “아직 시중에선 옛날에 출고한 술과 새 술이 섞여 팔리고 있으니 비교평가가 계속돼요. ‘옛날 술 살 수 없냐’는 전화에 의기소침 했다가도, 칭찬 전화 한통이면 기운이 살아나, 하루종일 큰소리 치곤 하지요.” 어느새 술친구로 돌아간 두 사람은 ‘권커니 잣커니’ 술잔을 기울이곤 너털웃음을 웃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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