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6.16 16:45
수정 : 2005.06.16 16:45
영화 <바그다드 카페>의 여주인공 야스민은 아마추어 마술사다. 영화 속에서 그는 가시를 장미꽃으로 꽃피우며 빈곤과 인종차별에 상처받은 이웃들의 마음을 어루만진다.
한국 아스트라제네카의 이재규(32) 대리 역시 마술로 사람들을 만난다. 그의 ‘관객’은 뇌졸증과 암 등 각종 질병으로 고통받는 환자들과 가족들, 의사들이다.
이씨는 다국적 제약회사인 이 회사의 대전지점의 영업사원이다. 의사들을 만나며 의약품을 판매하는 그에게 마술은 ‘사람들과 가까와지는 도구’ 이상의 ‘그 무엇’이다.
그는 3년 전 취미로 혼자 마술을 배우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의 ‘장기’가 입소문이 나자 회사에서 전문 코스 수강비를 지원했고, 과정을 마친 이씨는 본격적인 마술공연을 시작했다. “아픈 어린이들은 손에서 불을 뽑아내는 환상적인 마술을 좋아하고요, 어른들은 아무래도 카드나 화투장을 갖고 하는 마술을 좋아해요. 한번 공연하면 사람들이 힘을 내는게 느껴져 참 좋습니다.”
마술과 더불어 색소폰을 취미생활로 즐기는 그는 요즘 쉬는 날도 대전과 고향인 대구를 오가며 환자들과 가족들, 독거노인과 어린이 방문 공연을 계속하고 있다. ‘일’과 ‘취미생활’, ‘봉사’가 하나가 된 것이다.
“직원의 휴일을 철저히 보장하고, 술·골프 영업을 금지하는 회사 분위기도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창조적이면서도 의미있는 사업방식을 독려하니까요.”
그의 이런 노력은 결실을 맺어 최근 대전지역의 한 종합병원장은 ‘환자들에게 좋은 추억을 안겨주었다’며 이씨와 한국 아스트라제네카 사장에게 감사패를 주기까지 했다.
한국 아스트라제네카의 허종옥 상무는 “글로벌 기업으로 각 개인의 특기를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며 “이재규 대리의 경우 새로운 영업 방식으로 사회공헌에도 이바지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 아스트라제네카의 전신인 한국아스트라는 지난 1980년 한국에 처음 진출했으며, 제네카와 합병 5년째인 지난해 매출 1천억원을 돌파했다. 대표적인 의약품에는 폐암치료제 ‘이레사’ 고지혈증 치료제 ‘크레스토’ 등이 있다.
서수민 기자
wikk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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