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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6.16 16:51 수정 : 2005.06.16 16:51



“정유회사 입사해 소방대원 됐네요”

원유를 정제하기 위해서는 300~400도까지 가열해 벤젠, 톨루엔, 자일렌 같은 물질을 분해해야 한다. 그러나 일반인들이 모르는 것이 있다. 300~400도의 원유를 공중에 뿌리면 자연발화가 일어난다는 사실을. 아무런 불씨가 없어도 저절로 불이 붙게 되는 것이다.

지에스칼텍스 여수공장의 문원식(49) 대리는 이처럼 위험한 정유공장의 화재를 예방하고 진압하는 책임자다. 정유회사에 입사했다가 팔자에도 없는 소방대원이 돼 벌써 15년 동안 이 일에만 매달려왔다. “기름 화재는 소방대원도 무서워서 접근하지 못합니다. 한번 불이 붙으면 밸브를 차단할 때까지 잡히지 않는 게 기름 화재니까요.”

지에스칼텍스가 국내 최고의 소방시설과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문 대리는 요즘 밀려드는 교육 요청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소방교관으로서 그가 하는 일은 1시간의 이론교육과 2시간의 실기교육이다. 지역 민방위대와 화학공장 직원은 물론 일선 소방대원에 이르기까지 그를 거쳐간 교육생만 수만명이다. 중국과 오만 등 국외에서도 연간 3~4차례씩 그를 찾는다.

“처음에는 회사 안전을 위해 일을 했죠. 그러나 이젠 사회적인 사명감 같은 것을 느낍니다. 그래서 교육 대상을 초등학생과 지역 주민까지 확대하려고 합니다.” 그는 이제 단순한 정유회사 직원이 아니다. 전국 곳곳에 소방안전의 지침을 전파하는 전도사다.

그가 전수하는 노우하우는 물로 기름을 제압하는 방법이다. 기름에 붙은 불은 물로 끌 수 없다는 것이 정설이지만 그는 좌우에서 물을 뿜어 수막을 형성하는 방법으로 기름화재를 차단한다. 수막을 방패처럼 이용해 한걸음씩 불의 진원지로 접근한 뒤 기름 밸브를 잠그는 것이다.

그에게도 위험한 순간은 있다. 바람 때문에 갑자기 불길 방향이 바뀌면서 위험한 상황에 처한 경우가 여러차례다. 그런 위험 때문에 한때 가족들의 걱정이 적지않았다. 그래서 부인을 데려다가 직접 교육을 시켰다. “처음엔 가족들이 걱정을 많이 했지요. 그러나 직접 교육을 받고난 뒤에는 격려를 해줍디다. 내가 정말 사회적으로 필요하고 보람된 일을 하고 있다고요.”


정남기 기자 jnam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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