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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케이에서 일하는 직원 한명이 카운셀링 전문가와 의료진 등이 지켜보는 가운데 서린동 사옥 22층에 마련된 재충전 공간 ‘하모니아’에서 스트레스 측정 검사를 받고 있다. <에스케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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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인터넷기업 구글의 실리콘밸리 본사는 거대한 놀이터를 연상케 한다. 직원들은 주차장과 운동장에서 비치 발리볼이나 하키, 자전거타기를 즐긴다. 사무실 안에서는 피아노를 치거나 안마 의자를 이용할 수도 있다. 복도에는 애완동물들이 뛰어다닌다. 자녀를 회사에 데리고 오는 것도 자유다. 최근 이곳을 다녀온 한국인 엔지니어는 “업무 외에 어떤 스트레스도 받지 않게 하는 회사쪽의 배려가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황토로 꾸민 웰빙사옥
고민 털어놓을 상담실
‘직원 행복지수’ 투자
산재·이직 대폭 줄어 ‘카트라이더’로 유명한 게임업체 넥슨의 서울 역삼동 사옥은 직원들의 스트레스를 푸는 ‘웰빙사옥’으로 유명하다. 사무실 내부는 나무와 황토 등 천연소재로 꾸몄고 최고급 안락의자가 개인별로 할당되어 있다. 이 회사의 지하에는 만화방과 게임방이 갖춰져 있다. 넥슨 관계자는 “격무에 시달리는 직원들을 위해 과분한 투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직원들의 스트레스 해소에 관심을 쏟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스트레스가 돌연사 등의 주범으로 꼽히는 가운데 소위 ‘잘나가는’ 기업이 아닌 평범한 기업들도 직원들의 ‘행복지수’를 높이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사무실의 인체공학적 배치, 운동기구 설치를 넘어 전문가의 상담을 통해 스트레스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는 임직원지원프로그램(Employee Assistance Program, EAP) 역시 확산 추세다. 글로벌 기업들은 이 부분에서 특히 적극적이다. 한국피엔지는 지난해 본사의 모델을 따라 ‘웰니스(wellness)’ 팀을 신설했다. 이 팀은 ‘직원들이 더 행복한 회사생활을 하도록 도와준다’는 목적에 따라 건강에 좋은 허브차를 비치하는 일부터 사내 뜀박질 모임 결성, 여성화장실 비데 설치와 모유 수유실 개설 등의 일을 그동안 해냈다. 듀폰코리아는 일찌감치 99년부터 사내 스트레스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듀폰 직원이나 배우자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이곳은 상사와의 갈등, 조직 내 갈등 같은 업무 관련은 물론 부부간 문제 같은 개인적 고민에 이르기까지 24시간 상담할 수 있다. 비밀은 철저히 보장된다. 회사 관계자는 “이혼의 아픔을 겪고 있는 사람이 상담을 통해 안정을 되찾았다고 고마워하는 등 직원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고 말했다. 유한킴벌리도 2002년부터 아예 외부 임직원지원프로그램 전문 회사를 통해 도움을 주는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재정관리부터 음주 문제까지 거의 모든 분야에서 도움을 제공하는데, 본사 직원의 13%가 활용할 정도로 인기다. 유한킴벌리 관계자는 “최근에는 단순한 스트레스 관리를 넘어 이성 문제와 돈 문제 관련 상담건수가 급증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에스케이그룹이 지난 5월 서울 서린동 본사 사옥 22층에서 ‘하모니아’ 서비스를 시작했다. 정신과 전문의와 심리상담사, 재테크 컨설턴트 등이 돌아가며 상담을 하는 이 프로그램의 만족도 역시 매우 높다. 회사쪽에서 직원들이 근무 시간에도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배려하는 등 매우 적극적이다. 스트레스 해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기업들의 관계자는 하나같이 “프로그램에 드는 비용이 전혀 아깝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스트레스로 병원을 오가거나 출근을 하더라도 제대로 업무를 수행하지 못하는 직원들이 줄고, 이직률 감소 등의 효과도 뚜렷하다는 것이다. 한국직무스트레스학회 박정선 회장은 “임직원지원프로그램 등 각종 스트레스 해소 프로그램은 금전적으로 투자액 대비 5~16배의 효과를 가져왔으며, 이를 적용한 기업 중 71%에서 산업재해 발생률이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났다는 연구결과가 있다”며 “전사회적 차원에서 활성화를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서수민 기자 wikk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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