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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7.14 18:33 수정 : 2005.07.14 18:38

이상욱 신천우체국장이 이장집 밭에서 캔 감자를 자루에 담고 있다.

여기 이사람

“우표붙은 감자 배달하죠”

 “감자와 옥수수 모두 대풍이예요. 많이 팔아 드려야 하는데, 걱정입니다.”

강원도 영월 신천우체국 이상욱(47) 국장은 요즘 지역 주민들의 옥수수와 감자를 팔아주는 일로 바쁘다. 틈만 나면 인터넷 게시판을 돌아다니며 “영월 동강에서 생산된 감자와 찰옥수수를 맛보라”고 권하고, 도시 사람들에게 홍보물을 보낸다.

지난 6월 중순 감자를 캐기 시작할 때부터 바빠져, 최근 옥수수가 나면서부터는 주문받은 물량을 농가로부터 모아오랴, 상하거나 부실한 게 들어있나 확인하랴, 정말 눈코 뜰 새 없다. 따라서 여름휴가는 생각조차 못한다. 벌써 4년째다.

“2002년 녹전우체국장으로 발령받아 집배 지역을 돌아보던 중, 옥수수가 대풍을 이뤘는데 팔리지 않아 한숨짓는 할머니를 보고 조금이나마 도움을 드리기 위해 시작했어요. 관내 지역 주민의 상당수가 노인들이고, 대부분 비탈진 밭을 일궈 감자와 옥수수 농사를 짓고 있거든요.”

처음에는 전자우편을 이용했다. 직원과 주민들의 친척, 관내 학교 동문들에게 고향 농산물을 먹어 달라고 권하는 전자우편을 계속 보냈다. 그는 “전자우편 주소 추출기까지 이용해 하루 50만통을 보내기도 했다”며, “스팸메일 발송자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스팸메일에 대한 규제가 강화된 뒤에는 녹전우체국 독자적으로 영월 농산물 전용 인터넷 쇼핑몰( www.nj.go.kr)을 운영했다. ‘강원녹전농산물홈쇼핑 대표’가 당시 그의 또다른 직함이다. 다음, 엠파스, 네이버 같은 검색 사이트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거나 직접 찾아가 “검색어로 ‘감자’나 ‘옥수수’를 치면 녹전우체국 사이트가 먼저 보이게 해 달라”고 떼를 쓰기도 한다.

그는 올 초 신천우체국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번에는 신천우체국농산물홈쇼핑이란 이름의 농산물 전용 인터넷 사이트(www.hanbando.go.kr)를 만들었다. “우체국 주문 판매를 이용하면, 고향 농산물을 속지 않고 먹을 수 있어요. 산지 우체국에서 보내기 때문에 수입 농산물이 끼어들 여지가 없어요. 또 먹어주는 만큼 고향을 지키는 어른들께 도움이 됩니다.”


그는 지난해 녹전우체국장으로 있으면서 감자와 옥수수 7천박스를 팔아, 강원체신청에서 선정하는 ‘마케팅왕’에 올랐다. 덩달아 우체국도 3천만원 가까운 소포요금 수입을 올렸다.

“지난해에는 옥수수 주문량을 제대로 대지 못해 애를 먹었는데, 올해는 작황이 너무 좋아 다 소화해낼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값도 접당 3만원 했는데, 올해는 2만5천원으로 떨어졌어요.” 그는 한 걱정을 하며 이장집 감자밭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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