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7.14 18:34
수정 : 2005.07.14 18:35
글로벌 기업
제약회사 한국엠에스디(MSD) 이재선(37·여) 과장은 다른 직원들보다 1시간 빠른 오후 5시에 퇴근한다. 이 과장에게는 내년 2월까지 1시간 먼저 퇴근할 수 있는 ‘자격’이 있다. 아이를 낳은 여성은 1년 동안 육아를 위해 1시간 빨리 퇴근할 수 있다는 회사규정에 따라, 이과장은 지난 2월 태어난 딸 시연이가 첫 돌이 될 때까지 1시간 빨리 퇴근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그냥 6시에 퇴근했는데 맡겼던 아이를 찾아 집에 가서 일하다보니 너무 힘이 드는 거에요. 그래서 회사규정대로 1시간 먼저 퇴근하니 훨씬 여유가 생겼어요. 퇴근 시간은 1시간 차이지만 실제 육아와 가사노동에 미치는 영향이 1시간 이상이더라구요. 너무 고맙죠.”
미국계 다국적 제약사의 한국법인인 한국엠에스디가 ‘여성들이 일하기 좋은 직장’으로 화제가 되고 있다. 돌 미만 아이의 엄마인 직원들에게 주는 퇴근시간 단축 외에도 여러가지 면에서 ‘여성 친화적 직장’으로 제약업계에서 손꼽히고 있다.
한국엠에스디는 임직원들의 성별 분포부터 남성 일색인 다른 기업들과 크게 차이난다. 전체 직원 440명 가운데 여성이 250여명으로 절반을 넘는다. 승진에도 여성 차별이 없다. 차장급 이상 간부 가운데 여성 비율이 30% 이상이다. 전체 임원 10명 가운데에서도 여성이 3명에 이른다. 여성 임원들의 담당도 판매, 인사, 전략사업서비스부문 등 핵심분야들이다.
하지만 정작 한국엠에스디는 “여성에 대한 우대정책은 전혀 없다”고 잘라말한다. 양성평등이란 ‘상식’과 법에 따라 평등하고 공평한 직장을 표방할 뿐이라는 것이다. 갓난아이 자녀를 둔 여성 직원의 퇴근 시간 단축 역시 좋은 재목의 여성들이 육아 부담 때문에 회사를 그만 두는 것을 막기위한 목적이라고 회사는 설명한다. 중요한 것은 이런 규정이 명목에 그치지 않고 실제 직원들이 누릴 수 있도록 보장된다는 점이다. 한 여성 직원은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 어려워 특히 아이가 어릴 때 회사를 그만 두는 여성이 많은데 이 규정이 그런 고비를 넘기게 해준다”고 말했다.
회사 관계자도 “남녀 성별에 상관없이 자신의 능력을 잘 발휘하고 즐겁게 일 할 수 있는 업무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아직까지 많은 회사들이 여성을 차별하다보니 우리 회사가 ‘여성을 우대하는 기업’으로 비춰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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