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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을 중심으로 토익 같은 외국어 능력보다 영업력.창의력을 채용의 우선적 기준으로 제시하는 움직임이 있다. 기업은행 인턴사원 채용을 위해 6월22일 실시된 실무자급 면접. <한겨레21> 윤운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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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기자 눈으로 본 인턴들의 세상
“인턴 두 글자를 떼고 싶다”는 바람은 한결 같아
경기불황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이태백’(20대 태반이 백수) 은 여전히 우리사회의 우울한 단면이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지난해와 올해 우리나라의 청년실업률은 평균 8%대다. 지난 6월 7.8%로 약간 낮아졌지만, 대학을 나온 젊은이들이 사회에서 자신의 꿈을 펼치기도 전에 실업의 고통을 먼저 맛보게 되는 현실은 여전하다.
그나마 이들에게 위안이 있다면 기업이나 관공서 등에서 일정기간 직업의 세계를 경험할 수 있는 인턴제도다. 올해는 삼성이 1000명을 뽑는 등 규모가 지난해보다 크게 늘었고 분야도 다양해졌다. 그러다보니 인턴이라는 같은 이름으로 일하면서도, 이들이 일하는 환경과 대우, 만족도는 천차만별이다. 인턴 과정의 성과에 따라 취업으로 연결되는가 하면 채용으로 곧바로 이어지지는 않더라도 ‘가문의 영광’으로 여기는 곳이 있다.
반면, 일하는 내용은 그대로이면서 ‘oo보조’가 ‘oo인턴’으로 명칭만 업그레이드된 곳도 있다. 또 농업인턴이라는 생소한 분야도 생겨났다. 얼핏 듣기에 잘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단어의 조합임에도, 100여명의 농업인턴이 전국 각지의 농촌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하늘의 별 따기’ 삼성인턴…외국계 기업은 채용 통로로 자리잡아
“너무 기분이 좋았어요. 취직하면 취직 턱을 내잖아요. 삼성 인턴 되고 친구들에게 인턴 합격 턱을 냈어요.”
삼성그룹 인턴이 되는 것은 삼성 직원이 되는 것만큼 힘들다. 1000명을 뽑는데 1만명이 몰렸다. 어지간한 기업의 취업경쟁률과 맞먹는다. 삼성 인턴에 합격해 3주째 근무하고 있는 이아무개(24)씨는 “높은 경쟁을 뚫고 선택됐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씨는 “취업준비생이라면 누구나 삼성 인턴을 목표로 하고 있을 것”이라며 “삼성의 정식 직원이 되지 못하더라도 경험이나 경력 면에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성 인턴은 1주일 동안 삼성그룹에 대한 사전교육을 마치고, 전공과 희망에 따라 현장에 배치된다. 현장부서 교육 뒤에는 다시 모여 전체 평가를 하는 등 5주간 빡빡한 프로그램을 소화해야 한다. 이씨는 “주어진 프로그램을 충실히 따라가고 있고, 삼성그룹에 대한 브랜드 교육과 현장 부서에서 업무 경험을 통해 삼성에서 일하고 싶다는 결심을 굳혔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씨가 ‘삼성맨’이 되는 것은 아직 가능성일 뿐이다. 인턴사원이 최종합격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씨는 “서류전형과 에세트(SSAT·삼성그룹직무적성검사)가 면제됐을 뿐 최종 합격이 보장된 것은 아니다”며 “인턴이 끝난 뒤 실업자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한국 기업보다 인턴제도를 먼저 도입한 외국계 기업에서는 채용방식의 하나로 인턴제도가 자리 잡았다. 4년째 인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외국계 화장품 업체인 로레알은, 상투적인 공채 대신 인턴제도를 통해 정직원을 모두 채용하고 있다. 그렇다보니 인턴 사원들의 일에 대한 열의는 정직원에 못지않다.
7월부터 일하기 시작한 로레알 인턴사원 이아무개(22)씨는 “인턴을 마치면 정직원으로 채용될 수 있다는 생각에 들뜬 마음으로 일하고 있다”며 “인턴사원을 심부름꾼처럼 부리는 곳도 있다고 들었는데 나는 회사의 중요한 프로젝트를 맡고 있다”고 말했다. 로레알 관계자는 “우리 회사의 인턴제도는 교육 프로그램이 아니라 채용을 위한 공식 절차여서 인턴사원의 성과를 본 뒤 정식 직원을 선발하고 있다”며 “이미 선진화된 인턴 채용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고 이젠 한국 기업들이 따라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올해 농업인턴 첫 시행…드라마 인기 덕에 미용인턴도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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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20일 오전 서울 역삼동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엠파스의 대학생인턴쉽 프로그램인 `드림 e 천사 프로그램‘에 참가한 학생들이 팀별 과제를 발표하기 전 발랄하게 자신들을 소개하고 있다. 황석주 기자 stonepo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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