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인재상’에 답이 있다

짧은 단어·문장 불과해도
기업 특성·목표 ‘압축파일’
30대기업 ‘글로벌’이 최다

‘기업의 인재상을 주목하라.’

인재상은 짧은 단어나 문장에 불과하지만, 그 안에는 수많은 뜻이 압축돼 있다. 그래서 기업의 인재상을 면밀히 분석하면 기업의 특성과 지향하는 목표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14일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국내 30대 기업의 인재상을 분석해 보니,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가 글로벌(11.3%)로 나타났다. 삼성전자의 ‘글로벌 인재’, 현대모비스의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모비스인’, 한국지엠의 ‘글로벌 마인드’가 대표적이다. 포스코(‘세계인’)나 에쓰오일(‘국제적 감각과 자질을 가진 사람’)도 세계, 국제 등 단어만 다를 뿐 같은 의미를 나타낸다. 이광석 인크루트 대표는 “기업의 활동 범위를 국외로 확대하고, 세계시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현실이 그대로 문장으로 나타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입사원 채용에서 영어 말하기 시험을 도입하거나 제2외국어를 우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음으로는 창의(9.4%)가 꼽혔다. 기아자동차(‘창의의 인재’), 한국전력공사(‘창의로 진화하는 전문인’), 삼성중공업(‘창의와 협력을 바탕으로 미래를 개척해 나가는 창조형의 사람’) 등이 창의력과 창조정신을 강조했다. 틀에 박힌 사고나 기성세대의 관습에서 벗어난 새로운 인재를 채용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케이티(KT)나 한국가스공사는 ‘협업상생’, ‘믿고 협력하여 공동의 성공을 실현하는 사람’ 등 협력(6.9%)을 내걸었다. 우리은행(‘최고의 금융 전문가’)처럼 전문성(6.9%)을 강조하거나 도전(5.0%)을 강조한 기업도 있었다. 고객(4.4%)을 앞세운 곳은 신한은행(‘상호존중 고객 중심’), 삼성화재해상보험(‘고객 성공에 대한 주인의식’) 등 직접 고객을 마주하는 금융권에서 많이 나타났다. 그 밖에도 미래(3.1%), 실행(3.1%), 열정(3.1%), 혁신(3.1%) 등이 눈에 띄었다.

다른 기업과 중복되지 않는 독특한 인재상도 발견됐다. 대우인터내셔널은 ‘준법정신과 도덕성을 갖춘 원칙과 기본에 충실한 인재’, ‘국제적 비즈니스 감각과 2개 이상의 외국어 구사능력을 갖춘 무역전문가’ 등을 인재상으로 내세웠다. 도덕성을 갖춘 글로벌 인재를 찾고 있다는 뜻이다. 중소기업은행은 ‘책임인’을, 에스케이(SK)네트웍스는 ‘과감한 적극성(Aggressiveness)’을 인재상으로 꼽아 패기와 기업가 정신이 어우러지길 바랐다.

정은주 기자 [e-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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