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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레알의 인턴들이 공동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함께 회의하고 있다. 로레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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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선 열정 중시 국내기업 팀웍 강조 “성과·적응력 보여야”
취업준비생에게 허투루 지나가는 시간은 없다. 봄, 가을이 공채 시즌이라면, 여름과 겨울은 ‘인턴의 계절’이다. 특히 최근 들어 대기업들이 앞다퉈 인턴십을 도입하다보니, 구직자들에게 인턴 제도는 ‘돌아가는 취업문’으로 알려져있다. 실제로 취업포털 잡코리아(jobkorea.co.kr)가 국내 기업 320곳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9.4%인 126개사가 인턴제를 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우수 사원 확보”와 “채용 전 역량검증”을 도입 배경으로 꼽는다. 하지만 취업준비생들에게 인턴이 ‘방황의 끝’은 아니다. 인턴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비율은 10명 중 대여섯명꼴에 불과하다. 짧으면 한달에서 길어야 석달인 인턴기간 동안, 제대로 버텨 정규직으로 살아남는 방법은 무엇일까. “프로를 모십니다”= 세계적인 화장품회사 로레알의 신입사원 이기헌(27)씨는 ‘화장하는 남자’로 유명하다. 지난 겨울 로레알의 화장품 브랜드 ‘조르지오 아르마니 코스메틱’에서 두달 동안 인턴으로 일하면서, 그는 매일매일 메이크업베이스와 파운데이션, 파우더까지 꼼꼼하게 챙겨 바르는 ‘유난’을 떨었다. “저에게 주어진 과제가 ‘경쟁사 분석’이었어요. 분석하려면 우선 우리 제품부터 알아야할 것 같아서 직접 화장을 했죠. 그래도 눈화장이나 입술화장은 못하겠더라고요.” 그는 인턴기간 8주에 해야할 보고서를 7주 안에 마치고, 마지막 한 주는 프리젠테이션을 위한 준비기간으로 삼았다. 마지막날까지 시간에 쫓겨 허덕이던 다른 인턴들보다 여유있고 당당해보인 것은 물론이다. 인턴 기간 동안 메이크업 학원을 다니며 ‘열정’을 불사른 그는, 마지막 프리젠테이션 날에는 손수 초대장을 만들어 각 부서에 돌리면서 또 한번 눈길을 끌었다. 이씨는 인턴 12명 중 정규직으로 전환된 4명의 공통점으로 ‘프로의식’을 꼽는다. “인턴을 정규직의 보조역할로 생각하면 안됩니다. 자신이 맡은 프로젝트를 철저히 분석해서 발표하고, 공헌도를 인정받아야 해요.” 로레알 관계자는 “변화와 다양성을 받아들이려는 유연성과 진취적인 기업가 정신, 활발한 네트워크를 통한 관계 형성, 열정 등이 주된 평가요소”라며 “창의력과 열정, 자신의 의견을 설득력있고 논리적으로 전달하는 의사 표현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인턴제를 통해 정규직을 선발하는 한국피앤지(P&G)는 조직문화에 잘 맞는 인재를 선호한다. 아무리 뛰어난 사람이라도 조직원들과의 융화력이 떨어지면 선택되지 않는다. 부서 간의 연계 프로젝트가 많기 때문이다. 한국피앤지 관계자는 “인턴제를 통해 피앤지 문화에 대한 적응력을 시험한다”고 말했다. 인성과 원만한 대인관계= 인턴십이 정규직 채용의 한 단계로 정착한 외국계기업과는 달리, 국내 대기업들에게 인턴은 ‘사회적 책임’ 차원에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삼성이나 엘지 등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인턴을 뽑긴 하지만, 정규직을 약속하지는 않는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계속 주장하다보니 구직자에게 실무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차원에서 인턴을 뽑고 있다”며 “인턴이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사례는 거의 없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인턴십을 통해 정규직 사원을 뽑는 국내기업들이 차츰 늘어나는 것도 사실이다. 국내 기업들은 외국계와는 달리 ‘인성’이나 ‘원만한 대인관계’를 중시하는 편이다. 현대정보기술은 인턴의 정규직 전환율이 80% 정도로 꽤 높은 편이다. 인턴과정은 석달동안 진행되며 정규직 사원과 같은 일을 한다. 이 회사의 평가기준은 업무태도와 업무수행 능력, 창의성 등 30가지 항목으로 나뉘어져 있다. 특히 가장 중요한 요소는 업무태도와 개인의 인성·인간관계, 팀내 적응력 등이다. 현대정보기술 관계자는 “조직의 팀원들과 어울릴 수 있는 원만한 인간관계와 신입사원다운 패기를 지닌 이들이 정규직 전환 가능성이 높다”고 귀띔했다. 잡코리아 관계자는 “외국계 기업이 ‘프로’를 강조하는 것에 견줘, 국내 기업은 ‘인성’과 ‘인간관계’를 중시하는 편”이라며 “인턴십 과정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고, 조직문화에도 잘 적응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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