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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변리사회 공보이사를 맡고 있는 이원일 변리사의 사무실 모습. 특허법인 사무실에는 보통 변리사 1명당 3명의 직원이 함께 일한다. 이공계 석·박사 학위가 있거나 어학능력이 뛰어난 직원들이 변리사를 도와 기술을 분석하고 외국의 특허 관련 사무를 처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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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 l 직업의 세계]
새 기술로 꿈에 부푼 이들 찾아와
“우리 기업들도 좋은 특허 갖기 시작
외국 기업들한테 돈 받는 일 늘 것”
중간 규모 기업들 특허 소홀 아쉬워
의사는 아픈 사람을 상대한다. 변호사는 죄를 지은 혐의를 받거나 억울한 처지에 놓인 사람을 상대한다. 변리사는 이제 막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 꿈에 부풀어 있는 사람을 상대한다.
“전문직 중에 가장 행복한 사람을 만나는 직업이 변리사라고 생각해요.” 대한변리사회 공보이사를 맡고 있는 이원일 변리사의 말이다.
이 변리사는 자신의 직업에 대해 “기술자가 하고 싶은 말을 특허를 다루는 판사나 공무원 등이 알아들을 수 있게 통역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변리사는 의뢰인을 대신해 그의 기술이 얼마나 독창적인 것인지 설명해 특허를 받아낸다. 같은 기술이라도 변리사의 실력과 노력에 따라 특허로 보호받는 권리의 범위가 달라질 수 있다. 의뢰인의 특허가 다른 사람에 의해 침해당하거나, 의뢰인이 다른 사람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공격을 받으면 변호사와 함께 법정에서 대응한다. 의뢰인의 특허를 다른 사람이 대가를 지급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라이선스를 주거나 매각하는 일도 변리사가 맡는다.
이런 일을 하려면 의뢰인의 기술에 대한 이해뿐만 아니라 해당 분야 전반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그래서 대다수의 변리사가 이공계 출신이다. 정보기술(IT) 분야 전문가인 이 변리사도 서울대 전자공학부를 졸업했다. 물론 대학 시절 공부한 지식만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첨단 연구논문을 낑낑거리며 읽을 필요는 없다. 새로운 특허를 내려는 의뢰인은 해당 분야에서 첨단을 달리는 기술자들이다. 그들이 변리사와 마주앉아 차근차근 자신이 개발한 기술을 개인교습 하듯 가르쳐준다. 이 변리사는 “첨단 기술을 개발한 최고 기술자한테 직접 설명을 듣는다”며 “일상적인 상담 업무가 곧 공부”라고 말했다.
변리사에 대한 가장 흔한 오해는 소득에 대한 것이다. 연말마다 국세청은 ‘국세통계연보’를 발간하는데, 이 자료에서 부가가치세 과세 대상 전문직 사업자 가운데 수년째 부동의 매출 1위가 변리사다. 2013년 연보를 보면, 변리사의 평균 연간 매출액은 6억3500만원으로, 2위인 변호사(4억5200만원)를 가볍게 따돌렸다. 이 수치만 보면 변리사가 변호사보다도 훨씬 많은 돈을 버는 것 같지만 실상은 다르다.
우선 변리사의 수입은 사실상 100% 과세당국에 노출된다. 고객 대부분이 기업이기 때문에 이들로부터 정상적으로 회계처리를 하지 않은 현금을 받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또 일반적으로 변리사 1명당 평균 3명의 직원이 함께 일한다. 석·박사 학위를 갖고 있는 기술자들이 변리사와 함께 기술을 검색하고 분석한다. 특허는 다국적 권리이기 때문에 어학 능력이 뛰어난 직원들이 외국의 특허 관련 서류를 작성하고 번역한다. 변호사 사무실에서 일하는 사무장이나 개인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 등 다른 전문직 종사자들이 고용하는 직원들보다 높은 임금을 받는 사람들이다. 이 변리사는 “어림짐작이지만 직원들에게 임금 주고 나서 변리사에게 실제로 돌아오는 평균 수입은 연간 1억원 안팎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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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리사가 되려면 1·2차 시험…해마다 200명씩 뽑아
변호사는 특허청에 등록만 하면 돼 변리사가 되려면 해마다 200명씩 뽑는 변리사 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매년 2월 치러지는 1차 시험의 필수과목은 산업재산권법, 민법개론, 자연과학개론, 영어(영어능력검정시험으로 대체) 등 4가지다. 이 가운데 자연과학개론 과목은 고등학교 이과 수준의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을 포함하기 때문에 문과 출신에게 상대적으로 어렵다. 1차 시험에 합격하면 2년 안에 2차 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매년 7월 치러지는 2차 시험은 특허법, 상표법, 민사소송법 등 3개의 필수과목과 1개의 선택과목으로 이뤄진다. 선택과목은 저작권법이나 디자인보호법 같은 문과 과목부터 유기화학, 반도체공학, 발효공학 등 세분화된 이과 전공과목에 이르기까지 모두 19가지 과목 가운데 응시자가 선택하면 된다. 2차 시험에 합격하면 1년 동안 연수를 받고 대한변리사회에 등록하면 변리사로 일을 할 수 있다. 변호사 자격을 가진 사람은 변리사 시험을 보지 않고 특허청에 등록만 하면 변리사 자격을 얻는다. 2013년 기준 통계청에 등록된 변리사는 모두 7207명이다. 이 가운데 변리사 시험에 합격한 변리사가 3013명, 변호사로서 변리사 자격을 가진 사람이 4194명이다. 유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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