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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9.20 17:43 수정 : 2005.09.20 17:43

쌍용건설 직원들은 우리사주제도 도입 이후 가장 큰 변화로 경영의 투명성 강화를 꼽고 있다. 쌍용건설 직원들이 본사 대회의실에서 회사쪽으로부터 경영설명회를 듣고 있다. 사진 쌍용건설 제공

우리사주조합 최대 지분 쌍용건설 위기 넘기며 주가 2천원→9천원대로 재무구조 개선 밑거름 투명경영·생산성 높여 종업원 출연금 의존 커 ‘울며 겨자먹기’ 그늘도


양극화를 넘어 동반성장의 길-⑤ 우리사주제도

쌍용건설 토목공사부에서 일하는 이원혁 차장은 3개월에 한번씩 최고경영자급 대접을 받는다. 회사의 분기별 경영실적이 나올 때마다 경영진으로부터 가장 먼저 상세한 보고를 받는다. 우리사주조합의 대표이기 때문이다.

쌍용건설 우리사주조합은 현재 전체 회사주식의 19.4%를 보유해 자산관리공사(지분율 38.7%)에 이어 2대 주주이다. 상장사 중에서 우리사주조합이 가장 많은 지분을 가진 곳이 쌍용건설이다. 우리사주조합은 채권단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프로그램에 따라 혹독한 구조조정을 받을 때인 지난 2003년 3월에 결성됐다. 자구노력의 하나로 유상증자를 추진했으나 아무도 참여하지 않자 700여명의 직원들이 조합을 결성하고 퇴직금을 중간정산해 320억원을 출자했다.

“당시에는 누적적자로 부채비율이 1천%에 육박하면서 증자를 하지 않으면 회사가 코스닥에서 퇴출될 위기에 놓였습니다. 게다가 코스닥에서 거래되는 주식가격은 2천원대인데 증자주식 발행가격은 액면가 5천원으로 정해 시장에서는 도저히 소화시킬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회사의 미래를 남의 손에 맡길 수 없다는 생각에 직원들이 증자에 참여한 것입니다.” 이원혁 차장은 이 때 우리사주조합장으로 선출됐다.

시가 2천원짜리를 5천원에 샀으면 도박에 가깝다. 하지만 지금 쌍용건설의 우리사주는 대박이 됐다. 경영이 빠른 속도로 호전되면서 지난해 10월 5년 8개월만에 워크아웃을 졸업하고, 주가는 9천원대로 올랐다. 부채비율은 130%로 떨어져 건설업계에서 가장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자랑한다. 700명선까지 줄었던 직원도 1057명으로 늘었다. 한 임원은 “우리사주조합의 지분참여 이후 건설경기가 나아지기도 했지만 이보다 임직원 모두 주인의식을 가지고 고통을 분담하면서 노력한 결과”라고 경영정상화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원혁 조합장은 “경영정보가 모든 구성원들에게 투명하게 공개되고 주요 의사결정에 실무자의 의견이 존중되는 자율경영이 이뤄져 이전에 볼 수 없었던 활력을 얻게됐다”고 말했다.

노사관계도 크게 달라졌다. 쌍용건설 노조는 워크아웃 졸업 이후 첫 임금협상을 지난 5월에 시작하면서 모든 결정권을 경영진에게 조건없이 넘겼다. 상생의 노사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결단이었다. 경영진은 경영성과를 통해 노조의 이런 신뢰와 협조에 보답하기로 했다. 실제로 쌍용건설은 지난해 587억원의 경상이익을 냈고, 올해도 600억원의 흑자목표를 무난히 달성할 전망이다. 워크아웃 기간에 절반으로 줄어들었던 임금도 상여금 800%를 포함해 정상으로 돌아왔다.

우리사주 예탁조합 및 조합원수, 지분율 추이
우리사주제도는 이처럼 노사에게 상생의 기반을 만들어줄 수 있다. 우리사주조합을 통한 회사의 자본 증액과 재무구조개선→소유·지배구조의 민주화와 투명경영→종업원들의 자발적인 생산성 향상 노력→경영성과의 공정한 배분과 생산적 노사관계 구축 등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쌍용건설의 사례가 잘 보여준다. 회사의 여유자금으로 우리사주조합에 주식취득 자금을 출연하는 기업들도 노사관계 안정과 경영실적 개선이라는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우리사주 수탁기관인 증권금융에 따르면, 7월 말 현재 우리사주조합에 주식취득 자금을 출연한 기업은 모두 132개로 누계기준으로 3303억원의 자금이 출연됐다. 증권금융 관계자는 “포스코, 대한전선, 케이티엔지, 대우자동차판매 등 회사출연형 우리사주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기업들의 공통점은 노사가 서로 신뢰하고 모범적인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국내에서는 우리사주제도의 성공사례 못지않게 실패사례도 많다. 엘지카드와 하이닉스반도체 등 종업원들이 울며 겨자먹기로 우리사주를 배정받아 주가폭락으로 큰 손실을 본 경우가 부지기수이다. 가장 큰 문제는 우리사주 취득자금이 대부분 종업원들의 호주머니에서 나온다는 점이다. 신범철 경기대 교수(경제학)는 “우리사주 취득재원이 종업원 출연금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어 우리사주제도 활성화의 걸림돌이 될 뿐만 아니라 제도 도입의 취지도 살리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쌍용건설의 유진태 노조위원장도 “현행 제도는 경영부실의 위험을 종업원들이 고스란히 떠안게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미국이나 유럽 각국에서 시행하는 우리사주제도는 자사주 취득재원의 다양화라는 측면에서 우리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미국의 종업원주식소유제도(ESOP: Employee Stock Ownership Plan)에서는 대부분 자사주 취득재원이 차입금이다. 회사가 차입금으로 종업원들에게 자사주를 얻게 해서 회사의 경영성과로 조금씩 차입금을 상환하는 방식이다. 국내에서도 지난 2002년부터 시행한 근로자복지기본법에 차입형 우리사주제의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하지만 무늬만 차입형 우리사주제도이다. 정부가 증권거래법 시행령(2조의 7)으로 상장기업의 우리사주조합은 차입을 할 수 없게 해놨고, 비상장기업의 경우에는 우리사주조합이 자사주 취득 목적으로 금융회사 대출을 받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형편이다. 증권금융에 따르면, 7월말 현재 757개 우리사주조합에서 22만1465명의 조합원이 3조2464억원치(취득금액 기준)의 자사주를 사놓고 있다. 이 가운데 조합원이 낸 돈이 79.6%를 차지하고, 차입금은 163억으로 전체 취득재원의 0.5%에 불과한 실정이다. 박순빈 기자 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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