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취업박람회 붐벼‥취업난 실감
"취업만 되면 누구 못지않게 일을 할 수 있을 텐데…" 대학교에 다니다 휴학중인 우모(22ㆍ여ㆍ지체장애1급)씨는 지난해부터 수십군데에 취업 원서를 넣었지만 번번이 장애인이라는 `높은 벽'에 가로막혀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지체장애를 앓고 있어 말을 하는데 어려움이 있는데다 팔을 쓸 수 있기는 하지만 동작이 느려 업체에서 채용을 꺼렸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일할 수 있는 능력을 제대로 평가받아야 하는데 장애인이라는 편견을 넘어서는 게 가장 힘들어요" 인터넷 등을 통해 계속 구직 활동을 벌이던 우씨는 11일 잠실종합운동장 내 옛 중소기업제품전시판매장에서 열린 `2005 장애인 취업박람회'를 찾았다. 서울시와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 공동 주최로 열린 이날 행사에는 오전에만 무려 1만여 명이 몰려 장애인 취업난을 실감케 했다.청각장애 2급인 아들 정모(46)씨와 함께 행사장을 찾은 어머니 이모(69)씨도 혹시나 아들이 일할 수 있는 회사가 있는지 한자라도 놓칠세라 채용 안내 게시판을 몇 번이나 살펴봤다. 1979년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여러 장애인 시설에서 기술 교육도 받았지만 지금껏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집에만 있는 아들을 볼 때마다 칠순이 다 된 어머니의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이씨는 아들 정씨가 청각장애를 앓고 있고 남들보다 지능이 다소 낮긴 하지만 특별한 기술이 필요하지 않은 일이라면 어떤 일이든 남들만큼 잘 할 수 있을텐데 기회가 도저히 주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올해로 두 번째 열린 이날 행사는 296개 업체가 참가, 생산직과 사무직, IT직, 단순노무직 등 직종에서 1천700여명을 채용하는 대규모 행사로, 이명박 서울시장이 오전에 행사장을 찾아 어렵사리 구직에 나선 장애인들을 격려했다. 행사장 안팎은 업체 현황과 근로 조건이 실려 있는 책자를 꼼꼼히 살펴보고 구직신청서를 작성하는 장애인 구직자들과 불편한 몸을 이끌고 행사장 내 부스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취업 상담을 받으려는 구직자들로 붐볐다. 의사소통이 힘든 장애인을 위해 곳곳에서 행사 진행요원과 수화 통역사가 배치돼 이들의 구직 활동을 도왔다. 강남구 정신보건센터 전옥희 정신보건사회복지사는 "직접 장애인을 고용해 본 고용주는 장애인에 대해 긍정적인 편인데 그렇지 못한 고용주들은 아직 장애인 대한 편견이 있다"며 "특히 정신지체장애인의 취업이 힘들다"고 말했다. 서울시 장애인복지과장 홍기은씨는 "장애인이 취업하는 것이 비장애인보다 4배 정도 어렵다는 통계가 있다"며 "장애인이 1명이라도 더 취업을 할 수 있게 도와주려고 행사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장하나 기자 hanajjang@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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