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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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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는 언젠가는, 아니 하루 빨리 이 나라를 떠나 선진국으로 가야 한다고 다짐하고 맹세하던 서러운 이민자들이기도 하였습니다. 이제 40년이라는 세월이 흘러 대한민국의 국력은 남미의 외진 곳까지 조국의 원조가 들어오고 교민에게 신경을 써 줄만큼 여유가 생긴 것에 비례하여 교민 사회도 이 나라에서 자리도 잡고 인정도 받아 나름대로 이 나라에 한 주축을 이루어야 할 교민 사회이지만 , 이번 사건을 통하여 우리 교민 사회는 초창기 이민 모습에서 별로 발전한 것이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사람 사는 곳에는 항상 사건과 사고가 따른다 생각합니다. 하지만 왜 교민 수 5천 밖에 안 되는 이곳에 그런 참혹한 사건이 두 번씩이나 일어나는지 의아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왜 우리 교민 사회와 대한민국 공관은 불시에 일어나는 대형 사고 앞에 언제나 우왕좌왕하고 갈팡질팡하고 못나 보이는 오합지졸의 모습을 항상 보여주어야 하는지 답답하기도 합니다. 이제 이 사건은 이곳 사정을 아는 사람으로써 진범잡기는 물 건너 갔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진범은 이제 오리무중의 안전한 곳에 있을 것이고 성과에 급하고 심증에 밝은 이곳 수사진에 의하여 한국인이나 이곳 시민 중에 무고한 피해자가 나올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아무쪼록 그런 무고의 피해자가 안 나오게 노력하는 것도 불쌍하게 간 어린 영혼에 대한 예의일 것 같습니다. 잘 살자고 나온 이민입니다. 돈이 보인다면 너도나도 보따리 싸고 찾아 드는 후진국이민입니다. 그러다 어느 날 닥친 불경기에 떠날 사람 떠나고 남을 사람 남아 후진국의 교민 사회를 유지합니다. 자본주의 나라에서는 경제 능력이 모든 것을 우선하는 느낌입니다. 때로는 우리가 남의 나라에 살면서 유사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사고나 사건에 예방 차원의 투자를 너무 안일하게 생각한 결과입니다. 나는 이 사건의 본질을 파라과이로만 국한 시키지 말았으면 합니다. 나는 이 사건을 통하여 모든 재외 한국인과 공관과 외교관이 자기 성찰의 계기가 되어 선진국 기준의 일률적인 원칙보다는 각 나라마다 맞는 세련된 외교와 처세로 대한민국의 백년지대계의 국익에 도움이 되기를 빌어 마지 않습니다. 그래야만 억울하게 살해된 다섯 어린이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고 그들의 영혼을 위로하여 줄 것 같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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