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마취 의사 개입시킨 판결에 반발
10대 소녀 강간 살해범에 대한 사형 이 독극물 주사 방법을 둘러싼 논란끝에 무기 연기됐다. 캘리포니아주 샌틴 교도소는 21일(이하 현지시간) 새벽 0시를 넘긴 직후 살인범 마이클 모랄레스(46)에 대한 사형을 집행하려다 오후 7시30분으로 1차 연기한데 이어 무기 연기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당초 교도소측은 이날 새벽 0시1분께 사형을 집행하려 했으나 `사형수가 의식이 있는지, 고통을 느끼는지'를 확인해 사형집행관에게 보고해야 했던 2명의 마취 전문의들이 참관을 거부함에 따라 집행 시간을 오후로 연기했었다. 전문의의 거부 소식이 알려지며 법원은 다른 의료진을 찾아내거나 바르비투르산염을 과다 투여하는 방식으로 사형을 집행하라고 결정했으나 캘리포니아주 사형집행위원회측이 이 의견을 따를 수 없다고 결정함에 따라 결국 사형 집행을 무기 연기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 같은 논란은 모랄레스의 변호인단이 3가지 화학물질을 혼합해 주사하는 독극물 주입 사형이 사형수에게 고통을 주는 등 헌법 정신에 위배된다며 소송을 제기하면서 비롯됐다. 이 소송에 대해 연방법원 제레미 포겔 판사는 지난 14일 유자격 의료진의 지휘아래 ▲3가지 약물 가운데 바르비투르산염 하나만으로 사형을 집행하거나 ▲심장 박동을 멈추게 하는 독극물을 최종 주입하기 전에 사형수가 무의식 상태에 있는 지, 고통을 느끼는 지를 확인하라고 판시했던 것. 모랄레스는 25년전인 지난 1981년 10대 여고생을 살해한 혐의로 사형이 선고됐으나 당시 사건을 맡았던 찰스 맥그래스 판사가 `모랄레스가 잔인한 범행 사실을 자랑스럽게 떠벌리고 다녔다'는 한 재소자의 거짓 증언이 사형 선고에 영향을 줬다며 감형을 청원해 화제를 모았던 죄수다. 그러나 단순한 참관이 아니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아챈 전문의들이 사퇴하면서 사형 집행은 복잡하게 됐고 포겔 판사가 2가지 대안을 제시했지만 결국 사형집행위원회의 의학 전문가들은 대체 의료진을 찾을 수 없을 뿐더러 바르비투르산염을 과다 투여해 사형을 집행하라는 결정도 따를 수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한편 미국 의료계에서는 사형 집행에 마취의사들을 개입시킨 포겔 판사의 결정이 애초에 잘못된 것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의료계는 과거 수백년간 사형집행에 의료진이 관여했었던 것은 사실이나 최근들어서는 흉측한 현장에 개입하지 않으려고 애써왔음에도 포겔 판사는 이를 거슬렀다는 것. 미국의학협회의 프리실라 레이 박사는 "마취 의사들은 단순히 참관하는 것이 아니라 사형수의 상태를 확인해 사형집행관에게 죽음에 이르도록 다른 조치를 취하도록 하는 임무라는 사실을 알고 거부했던 것"이라며 "협회는 의료진이 사형집행에서 어떤 역할도 맡는 것을 거부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텍사스를 비롯한 여러 주에서 사형집행시 의료 전문가 대신 특수하게 교육받은 전문가들을 활용하고 있다. http://blog.yonhapnews.co.kr/isjang/ 장익상 특파원 isjang@yna.co.kr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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