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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3.07 19:07 수정 : 2006.03.08 02:58

6일 자카리아스 무사위의 재판이 끝난 뒤 미국 버지니아주 알렉산드리아법원 밖에서 그의 어머니 아이차 엘 와피가 기자들에게 아들의 사진을 보여 주고 있다. 알렉산드리아/AP 연합

“테러 공범”-“희생양” 본격 공방

9·11테러에 대처하지 못한 조지 부시 미국 행정부가 한 알카에다 요원을 희생양으로 삼으려 하고 있다.

9·11사건과 관련해 미국 법정에 선 유일한 인물인 모로코계 프랑스인 자카리아스 무사위(38)의 재판이 본격화돼, 지난 6일 첫 심리가 열렸다. 검찰은 2001년 9·11테러 3주 전 체포된 그가 거짓진술을 해서, 9·11사건을 막지 못했다며 사형을 구형했다. 그러나 무사위는 9·11에 직접 연루되지 않았다고 항변해, 이상징후들을 포착하고도 테러를 막지 못한 미국 정부의 ‘책임 전가’가 성공할지 관심을 끌고 있다.

버지니아주 알렉산드리아법원에서 열린 재판에서 수석검사인 로버트 스펜서는 “무사위가 진실을 말했다면 3천명의 희생자들이 안 나왔을 것”이라며, 19명의 테러범들 중 조종사 4명을 포함해 11명을 미리 적발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연방수사국(FBI)은 9·11사건 직전 미네소타주의 한 비행학교에서 보잉 747기 조종훈련을 받던 무사위를 수상히 여겨 붙잡았지만, 그가 테러 모의 혐의를 부인해 이민법 위반 혐의로 구금했었다.

무사위는 이후 자신이 알카에다 조직원으로 9·11 모의에 참여했다고 자백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20번째 납치범’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무사위는 예심절차에서는 “오사마 빈 라덴한테서 비행기로 백악관을 공격하라는 임무를 부여받았지만, 그것은 9·11사건과는 관련이 없다”고 진술을 바꿨다. 그러나 무사위는 순교를 택하겠다며, 미국인들한테 생명을 구걸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핵심 쟁점인 무사위의 9·11 모의 여부에 대해 변호인 에드워드 맥마흔은 “말이나 분노만으로 무엇을 실행할 수는 없다”며 “검찰의 말은 추리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무사위가 알카에다 조직원인 것은 맞지만, 그는 9·11 모의에서 배제됐다는 주장이다. 법원이 선임해 준 변호인단은 무사위가 알카에다로부터 “골칫거리” 소리를 듣을 정도로 소외된 존재였다고 말했다. 또 무사위보다 더 많은 정보를 알고 있던 정부가 참사를 막지 못한 책임을 떠넘기며 희생양을 만들었다고 비난했다.

미국 정부의 9·11사건 진상조사위원회도 무사위의 역할에 대해 모호한 입장을 보인 바 있다. 알카에다 지도부가 그를 9·11사건의 대체 조종사로 생각했던 것 같다거나, 추가 테러에 동원하려 했을 수 있다는 게 조사위의 결론이다.

세 달 기한의 이번 재판에서 무사위의 9·11사건 직접 개입이 인정되면 사형을 피하기 어렵고, 그렇지 않을 경우 테러와 비행기 납치 모의 등의 죄로 종신형을 언도받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부시 행정부 입장에서는 무사위한테 사형이 선고돼야 9·11에 대한 책임 추궁에서 좀더 자유로워질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이번 재판은 부시 행정부의 실책에 대한 심판의 성격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워싱턴포스트>는 미 행정부가 9·11사건 발생 장소인 뉴욕이 아닌 인구 13만명의 알렉산드리아로 사건을 가져간 의도는 뻔하다고 지적했다. 배심원들이 보수적이고 친정부적이며, 이 지역 연방 배심원들이 사형 판결을 한 번도 뒤집은 적이 없다는 얘기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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