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3.16 20:03
수정 : 2006.03.16 20:03
번데기 단계의 곤충에 마이크로 송수신기 장착
꽃향기보다는 폭탄 냄새를 더 좋아하는 나비가 나올 것 같다.
미국 국방부는 폭발물의 냄새를 맡을 수 있는 ‘사이보그 곤충’을 만들 계획이라고 영국 <비비시(BBC)〉가 16일 보도했다. 번데기 단계의 장수말벌이나 나비의 몸 안에 마이크로 송수신기를 심은 뒤, 성충으로 성장하면 원격조종장치로 움직여 폭발물을 찾아낼 수 있게 하는 방식이다.
이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국방선진화연구계획소(DARPA)의 과학자들은 번데기 단계를 겪는 곤충들의 변태를 이용해 사이보그 곤충을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한다. 곤충들은 애벌레-번데기-성충의 단계를 거칠 때마다, 상처를 치유하거나 내부 장기의 위치를 이동할 수 있다. 이런 점을 이용해 마이크로 송수신기 등 이물질을 번데기 단계의 곤충에 장착해도 곤충은 별 탈없이 성충으로 자랄 수 있다는 것이다.
<마이크로시스템멤〉이라고 불리는 사이보그 곤충은 이식된 마이크로 송수신기에 의해 조종되며, 마이크·비디오·가스감지기 같은 장치도 부착할 수 있다. 폭발물 탐지 외에 스파이 기능도 할 수 있는 셈이다. 이 연구소는 사이보그 곤충을 통해 이라크 등 위험지역에서 폭발물을 탐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비판론도 많다. 영국 옥스포드대 자연사박물관의 조지 맥개빈 박사는 “곤충 몸의 적절한 위치를 찾아 정확한 기술을 접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바보 같은 아이디어”라고 말했다. 곤충학 전문가 스튜어트 하인도 “동물과 기계로 이루어진 사이보그는 소설 속에서나 가능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미 국방부는 이미 폭발물의 냄새를 맡는 장수말벌을 만들려다 실패한 바 있다. 장수말벌이 원격조종에 따르지 않고 않고, 짝짓기 등 본능에 따라 움직였기 때문이다.
최은주 기자
flowerpig@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