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3.16 23:39
수정 : 2006.03.16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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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동포들이 “앞으로 한국이 30년 동안 일본을 이기지 못하게 해주겠다”던 스즈키 이치로의 발언을 겨냥한 피켓을 들고 나와 한국대표팀을 응원하고 있다. 에너하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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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외치며 한국인 긍지 만끽
미국인들도 태극기 들고 응원 펼치기도
“~마르고 닳도록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 무궁화 삼천리~.”
3루 쪽 관중석 한편에서 누군가가 부르기 시작했다. 목소리는 하나 둘이 모여 셋이 되고, 넷이 되어 점점 커져 나갔다. 이번엔 1루 쪽 관중석에서도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들은 다시 하나가 되어 에인절스타디움을 가득 메웠다. 3만9779명의 관중 가운데 절반 이상을 차지한 재미동포들은 이미 애국가 제창으로 경기장 분위기를 감동시키기 시작했다.
동포들은 물론 일본 관중, 한국을 비롯한 외국 취재진까지 대한민국의 애국가가 이렇게 우렁찬 함성으로 불려지는 장면에 다들 놀라워하는 모습이었다.
이제 경기 시작일 뿐인데 한국 관중들은 벌써 흥분하기 시작했다. 그리곤 자연스럽게 선수들과 하나된 모습으로 경기가 끝날 때까지 훌륭한 응원전을 펼쳤다.
루상에 주자가 나가고, 타석에 타자가 들어서면 어김없이 “대~한민국”과 선수들의 이름이 연호됐다. 7회 대타 김태균이 2스트라이크3볼까지 가자 응원단은 경기장을 떠나보낼 듯한 함성으로 “대~한민국!”을 외쳤다. 일본의 2번째 투수 스기우치는 결국 볼넷을 허용하고 말았다.
이어 관중들은 마치 2002년 월드컵 때의 분위기로 빠져들었다. 어디선가 시작된 파도타기 응원은 관중석을 하나로 만들며 다시한번 경기장을 뜨겁게 달구었다.
한복을 차려입고 경기장에 나온 제임스 킴이라는 재미동포는 “내가 한국인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서 입었다”고 자랑스러워했다. 한국을 좋아하는 미국인들도 저마다 태극기를 구해 들고는 열띤 응원으로 경기장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조국을 떠나 멀리온 동포들은 에인절스타디움에서 한민족의 뿌듯한 긍지와 자랑스러움을 만끽한 날이 었다. ’10번째 선수’인 그들은 훌륭한 선발투수였고, 4번타자였다. 그리고 경기가 끝날 때 아낌없는 기립박수로 선수들과 기쁨을 함께했다. 훌륭한 마무리까지 해낸 것이다. 그들이 경기장을 떠난 뒤 조명이 꺼져 적막감이 감도는 에인절스타디움엔 오래도록 ‘대~한민국’의 여운이 남았다. 애너하임/권오상 기자
k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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