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3.23 21:53
수정 : 2006.03.23 21:53
“우리는 이라크 침공 안 했어야”
미 하원 도전하는 참전용사 덕워스
이라크전에서 두 다리를 잃고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에 도전하는 아시아계 여성 하원의원 후보가 미국 전역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헬기 조종사였던 태미 덕워스(37)는 21일(현지시각) 열린 미 일리노이 6선거구 하원의원 후보경선에서 역시 여성인 크리스틴 시겔리스를 간발의 차로 따돌리고 민주당 후보에 선출됐다.
그는 후보로 선출된 뒤 “내가 부상당한 여성군인이란 점을 피해갈 수 없다. 내가 죽을 수도 있었다는 걸 나는 깨닫고 있다. 나는 내 삶에서 더 많은 걸 해야 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헬기조종 중 다리 잃어…민주후보 출마
그는 2004년 11월 이라크에서 블랙호크 헬기를 조종하다, 저항세력이 쏜 로켓 추진탄에 헬기가 맞으면서 목숨을 잃을 뻔했다. 8일 만에 겨우 깨어났지만 그의 두 다리는 골반에서 6~7㎝ 정도만 남기고 잘린 뒤였다. 그는 입원중 소령으로 한 계급 특진했다.
“차에서 사이다병을 두 다리 사이에 끼울 수 없을 때, 그리고 휴대용 컴퓨터를 다리 위에 올려놓고 쓸 수 없을 때” 불편함을 느낀다고 그는 〈워싱턴포스트〉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러나 그는 “좋은 점도 있다. 발 시릴 일이 없다”고 덧붙였다.
11월 중간선거에 도전하는 이라크전 참전군인은 모두 9명이며, 이 중 8명이 민주당 소속이다. 덕워스는 8명 중에서도 민주당의 가장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공화당에 비해 국가안보 이슈에서 취약하다는 평을 듣는 민주당에는 두 다리를 잃은 여성 참전용사 덕워스가 보배 같은 존재다.
이라크전에 대한 그의 생각은 분명하다. “우리는 이라크를 침공하지 말았어야 했다. 우리를 공격했던 오사마 빈 라덴을 아프가니스탄에서 계속 쫓았어야 했다.”
미국인 아버지와 중국계 어머니를 둔 그는 지금도 일리노이 주방위군에 소속돼 있다. 남편 역시 주방위군 육군 대위다.
그는 “정치에 입문할 때 남편과 두달 동안 함께 심사숙고를 했다. 남편은 모든 단계에서 나와 함께 있었다”고 고마워했다.
워싱턴/박찬수 특파원
pcs@hani.co.kr
“인류 양심에 꽂힌 상처 치유하자”
전쟁참상 노래하는 래퍼 사운더스
“조국을 위해 목숨과 도박을 해야만 했던/ 무수한 군인들의 무덤의 본거지/ 이게 바로 이라크의 삶이라네/ 파아란 하늘을 볼 수 없고 잿빛 하늘만 가득한/ 거리는 군인들의 피로 포장되어 있다네.”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한 래퍼의 노래소리가 울려퍼진다. 이라크전에 파병된 미군 병장 출신 닐 사운더스(27)가 전쟁의 상흔이 깊어지는 이라크 현지에서 제작된 〈라이브 프럼 이라크〉를 내고, 인류의 양심에 꽂힌 이라크전의 상처를 치유하자고 호소하고 나섰다. 사운더스는 〈비비시(BBC)〉와의 인터뷰에서 “당신 옆에 서 있는 사람이 총을 맞는 것을 보면, 그것은 당신을 변하게 할 것”이라고 했다.
내 음악은 현실적, 거북한 건 당연
사운더스는 2004년 3월 바그다드에 투입됐다. 쿠웨이트에서 바그다드로 침공하면서 겪은 그의 첫 전투 경험은 충격 그 자체였다. 그는 당시 느낀 감정들을 표현할 방법을 음악에서 찾기로 결심하게 된다. 그가 처음부터 전문 래퍼였던 것은 아니다. 이라크 파병 4년 전 입대한 사운더스는 반전운동에는 별 관심없는 음악동호인이었다.
앨범은 전쟁에서 군인들 삶과 현실을 말하고 있다. 자연히 모든 앨범 제작은 바그다드 현지에서 이뤄졌다. 정치적으로 옳고 그른 것이 아닌, 전쟁이 자신에게 남긴 상처를 감정이 이끄는 대로 노래를 부르고 싶었기 때문이다.
앨범은 때론 듣기 거북한 대목도 있다. 비인간적인 전쟁에 대한 회상이기에 그럴 수밖에 없다고 사운더스는 말한다. 그는 “내 음악은 전쟁 현실에 대한 군인들 목소리를 반영하는 것이지, 상업적으로 성공하려고 만든 게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음반을 만든 뒤, 사운더스는 고향 텍사스로 돌아왔다. 앨범은 1만장 이상 팔렸다. 사운더스는 참전 군인과 그들 가족들로부터 앨범이 전쟁의 아픔을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받았다.
그러나 그것이 다는 아니다. “군인들 부모님한테서 ‘우리 아들이 이 앨범을 듣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아요’ 이런 이메일도 받았어요. 그걸 읽은 뒤 다시 내 음악을 들었어요. 그리고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그들을 이해하게 됐습니다. 음악으로도 여전히 치유할 수 없는 상처가 있다는 걸 깨닫고 있어요.”
최은주 기자
flowerpi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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