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3.25 10:50
수정 : 2006.03.25 10:50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시절 국무장관을 지낸 매들린 올브라이트는 24일 부시 행정부의 선악 대결 전략을 지적하며 이란에 대한 체제 전복 기도를 포기할 것을 촉구했다.
올브라이트 전 장관은 이날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오피니언란에 기고한 `선악 대결은 전략이 아니다'라는 제하의 글에서 지난주 조지 부시 대통령이 밝힌 국가안보전략보고서(NSS)의 오류들을 지적하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부시 행정부가 새롭게 밝힌 NSS는 `이란의 아이러니'라는 부제를 달만 하다"면서 "이라크를 침공하고 `악의 축'이라는 말을 지어낸지 3년만에 미 행정부는 이란 문제를 부각시키고 있는데, 이는 미 행정부가 전세계에 취하고 있는 이원론적 접근방법을 반영하는 것으로, 이는 전략 이상의 비극이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정치 지도자들이 수사적 효과를 거두려고 이 세상을 단순히 선과 악으로 구분지어 얘기하려 하고 그것이 때로는 편리하지만 꾸며낸 이야기를 근거로 세계 최강국의 정책 토대를 삼는 것과는 전혀 다른 얘기다"고 꼬집었다.
올브라이트 전 장관은 "1980년대에 후세인의 이라크와 이란은 전쟁을 벌였고 알 카에다의 무리들은 이란 외교관들을 살해했으며 수년간 오사마 빈 라덴은 수니파와 시아파 지도자들을 박해한 후세인을 조롱하는가 하면 알 카에다가 9.11테러를 일으켰을 때 이란은 이를 비난하면서 나중에는 아프가니스탄에서의 회담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음에도 부시 대통령은 최근 수년동안 알 카에다와 사담 후세인의 추종자, 이란의 율법학자들을 구분하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올브라이트는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했을 때 부시는 선을 위해 악에 한방 먹였다고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이라크내의) 고삐 풀린 지배력은 더 복잡해졌고 행정부 안에서도 이런 복잡성을 이해하는 쪽과 그렇지 못한 쪽으로 나뉘어 있다"고 지적했다.
올브라이트 전 장관은 부시 행정부가 남들의 충고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그럼에도 3가지를 제안한다면서 "맨 먼저 비록 우리 모두가 이 세상의 폭정이 종식되기를 원하지만 이는 난해한 문제들을 해결하려고 시도하기 전에는 환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며 "미국은 더이상 이라크의 문제들을 통제할 수 없으며 다만 (감시하고 제재하는) 심판으로서는 유용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와 함께 ▲부시 행정부는 이란의 지배체제를 바꾸려는 어떤 계획도 포기할 것과 ▲중동 및 페르시아 걸프의 지도자들과 동떨어진 독단적 행동을 중지할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올브라이트는 "장기적으로 중동의 미래는 민주주의 건설을 위한 고된 노력을 기울이는 지역 자체의 노력에 의해 결정될 것이며 단기적으로는 아주 냉엄한 힘의 논리에 의해 모양지어질 것임을 인정해야만 한다"고 밝혔다.
http://blog.yonhapnews.co.kr/isjang/
장익상 특파원
isjang@yna.co.kr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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