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3.27 18:55
수정 : 2006.03.27 18:55
“가족중 1명 쫓으면 이산가족 돼”
불법체류자 포함 가족 100만명 추산
교회중심 동포들 “어울리면 처벌한다니…”
미국 상원이 27일 1200만 불법이민자들의 운명을 좌우할 ‘이민 개혁’ 법안들의 심사에 들어가자, 200만 재미 한인사회에도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 18만~20만명으로 추산되는 한인 ‘미등록자’들의 앞날은 물론, 그 가족들의 이해도 법안 수정과 통과 여부에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미국 인구통계국 자료와 한인사회의 말을 종합하면, 적법한 자격 없이 미국에 머물고 있는 한인 인구는 18만~20만명으로 추산된다. 단기 체류자격을 얻었다가 체류 기간을 연장하지 못하거나 영주권·시민권 얻기에 실패한 이들이 3분의 2 가량이고, 나머지는 밀입국자로 추정된다.
지난해 12월 하원을 통과한 ‘센선브레너법’(이른바 반이민자법)은 체류자격이 없는 이들을 모두 범법자로 규정하고, 이들의 고용주까지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그동안 체류자격은 없어도 일을 하며 세금을 내고 사회보장제도에도 편입될 수 있었던 ‘미등록자’들은 이 법이 발효되면, 민법이 아니라 형법의 적용을 받게 된다. 또 연방경찰뿐 아니라 시 경찰까지 단속에 나서게 된다. ‘미등록자’로서는 존재 기반을 완전히 부정당하게 되는 셈이다.
불법체류자를 돕는 일에도 징역형을 부과할 수 있게 한 법 조항은 종교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센선브레너법’의 하원 통과 직후 “교회의 구호활동까지 처벌한다는 것이냐”며 조지 부시 대통령한테 항의편지를 보냈던 로스앤젤레스교구의 로저 마호니 추기경이 불복종 운동을 선언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재미 한인동포들은 가족 구성원 중 일부가 사정이 여의치 않아 체류자격을 얻지 못한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크게 불안해하고 있다. 가족까지 치면 100만명 가까이 이 법의 영향권에 들게 된다는 것이다. 또 캘리포니아주를 중심으로 한인 동포들의 30%가 종사하는 의류·봉제업에 미등록 노동자가 많다는 점은 동포사회의 경제를 긴장시키고 있다. 한 동포는 동포언론사 인터넷사이트에 올린 글에서 “백인들은 비자 없이 들어와 인디언을 죽인 불법체류자들이었지만, 우리는 비자를 가지고 들어왔다가 비합법 체류자가 됐다”고 꼬집었다.
지난 25일 로스앤젤레스 시위에는 1천여명의 동포들이 풍물패를 앞세우고 참여했다. 또 한인 교회 지도자들이 다른 나라 출신 지도층과 함께 워싱턴을 찾아 ‘센선브레너법’ 저지 활동에 나설 예정이다. 로스앤젤레스의 한인 권익단체인 민족학교의 김용호씨는 “가족 중 한 명을 ‘문서 미비자’라며 내쫓으면 이산가족이 되고 만다”며 “이민사회는 교회가 중심인데, 체류자격이 없는 사람과 어울리면 처벌하겠다는 식으로 나오는 것도 큰 문제”라고 비판했다.
한편, 미 상원에는 불법이민자들이 일정기간 특정 직군에서 일하면 체류자격을 주자는 상원의원 발의 법안 2개도 제출돼 있다. 또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인 빌 프리스트는 불법체류자의 고용주를 처벌하는 내용의 법안을 회부하겠다고 밝혀, 불법이민자들의 처지에 영향을 줄 법안 4개가 동시에 다뤄지게 됐다. 결론은 다음달 말께 나올 전망이다.
1200만명으로 추산되는 미국의 불법이민자는 전체 노동력의 4.9%를 차지하지만, 농업노동의 24%, 건설노동의 14%를 담당하며 저임금 영역에서 경제를 떠받치고 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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