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3.27 19:53
수정 : 2006.03.27 19:53
좌파 정권, 반미·친중 노선…우파 정권, 미국에 의존
미국과 중국의 다툼이 뜨거워지면서 중남미 나라들의 합종연횡도 복잡해졌다. 미국에 대한 태도를 기준으로 구분되던 ‘반미-친미’ 구도에 중국이라는 변수가 더해졌기 때문이다.
좌파 정권들은 대체로 ‘반미’를 축으로 힘을 합치고 있다. 21세기 사회주의를 표방하고 나선 베네수엘라를 중심으로 위성텔레비전 네트워크 ‘텔레수르’, 남미개발은행 설립 등을 통해 남미를 하나의 경제단위로 묶으려는 노력이 한창이다. 미국의 자유무역지대 추진에 맞서 기존 ‘메르코수르’(남미 자유무역지대)를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베네수엘라와 볼리비아는 특히 마약의 원료로 쓰이는 코카 생산 합법화를 추진해, 미국의 신경을 건드리고 있다. 이들은 이 지역에서 중국의 부상을 미국에 대한 정치·경제적 지렛대로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우파 정권들은 여전히 미국의 영향력에 의존하고 있다. 콜롬비아는 매년 60억달러 이상의 군사 자금을 미국으로부터 원조받고 있다. 2003년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했을 때도 코스타리카와 도미니카, 파나마 등 7개 나라는 미국의 눈치를 보며 이를 공개적으로 비난하지 않았다. 이들은 또한 중국이 중남미에서 미국을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에도 선뜻 편승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 여론이 중국 쪽으로 급격히 쏠리는 것을 경계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나름대로 중립을 지키는 나라도 있다.〈타임〉은 최근 “칠레는 자국의 이익을 위해 행동할 것”이라며 “칠레가 좌파로 기울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좌파로 분류되는 미첼 바첼레트 신임 대통령이 이미 밝힌 대로 칠레는 미국과의 관계에서 현실주의 노선을 걷고 있다는 설명이다.
최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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