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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 놓고 중국 도전…미국과 패권 다툼
포린어페어스 “중남미 반미로…미국 패배”
미국과 중국의 패권 다툼이 중남미에까지 번졌다.
중국은 최근 중남미 여러 나라와 군사 및 에너지·통상 협력을 강화하며, 이 지역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과 원조를 앞세워 방어에 나서면서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19세기 유럽 열강의 중남미 간섭 배제를 선언한 먼로 독트린 이후 자신들의 뒷마당으로 여겼던 이 곳에서 아시아 국가가 도전장을 내밀었기 때문이다.
미국의 외교 전문지 <포린 어페어스〉는 최근 피터 하킴 아메리카대화 의장이 쓴 ‘워싱턴은 중남미를 잃어버릴 것인가?’라는 논문을 통해 중남미의 ‘반미화’와 ‘중국화’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분석했다. 논문은 중남미가 미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려는 이유로 △9·11 이후 미국의 일방주의에 대한 반감 △세계화의 진전 △중남미 좌파 정권의 등장 등을 꼽고, 중국이 이 지역에서 미국을 대체할 세력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중남미 진출은 군사 분야에까지 뻗쳤다. 중남미 지역을 관할하는 밴츠 크래덕 남부지역 사령관은 지난 14일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중남미 국가의 장교와 사병들이 중국에서 군사훈련을 받고 있으며, 중국산 무기의 중남미 배치도 크게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한 군사전문가는 <에이피(AP)> 통신에서 “중남미에서 중국의 군사적 개입이 확산일로에 있다”며 “중국과 중남미의 군사적 유착은 제2의 쿠바 사태를 낳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의 영향력은 에너지와 통상 분야에서 급속하게 확대되고 있다. 지난 6년 동안 중국의 중남미산 물품 수입은 6배 이상 늘었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2004년 브라질을 방문해, 10년 동안 1천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인공위성·항공기 개발 등 첨단 분야에서도 협력을 추진하기로 했다. 중국은 또 지난해 베네수엘라에서 원유 개발권을 따내고, 칠레 구리광산에 15년 동안 2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하는 등 이 지역의 자원을 야금야금 먹어치우고 있다.
반면, 미국의 영향력은 눈에 띄게 약해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최근 중남미가 미국의 ‘경제 제국주의’로부터 독립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미국이 추진하는 자유무역협정은 에콰도르를 비롯해 많은 중남미 국가들의 반대에 부닥쳐 있다. <포린 어페어스>는 미국과 중남미의 관계가 이미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며, 미국은 실패를 인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외교협회(CFR)의 줄리아 스웨이그도 “미국은 이제 중남미에서 독보적인 지배세력이 아님을 깨달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미국은 여전히 중남미에서 가장 큰 시장을 확보하고 있다. 중국과 중남미의 지난해 무역량은 500억달러로, 미국과 중남미 무역액의 10% 수준에 불과하다. 미국은 또 콜럼비아 반군 지도자들을 검거하기 위해 군대를 파견하는 등 이 지역에서 강력한 군사적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이 중남미에서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기엔 여전히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있다.
중국과 미국은 다음달 초순께 베이징에서 중남미 지도를 놓고 차관보급 전략대화를 시작한다. 후 주석의 미국 방문에 앞서, 중국의 중남미 진출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이런 미국의 우려를 과민반응이라며 다독이고 있다. 친강 외교부 대변인은 23일 “중국과 중남미의 관계 발전은 제3국에 해를 끼치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최은주 기자 flowerpi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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