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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3.27 20:03 수정 : 2006.03.27 20:03

“유엔 위장 미 정찰기로 포격”
부시-블레어 침공 두달전 ‘작전’…NYT 대화록 보도

“미국은 유투(U2) 정찰기를 유엔 비행기로 위장해 전투기의 호위를 받는 가운데 출격시키는 것을 생각 중이다. … 만약 사담이 그 비행기를 포격한다면 그는 (유엔 결의안을) 위반하는 것이다. … 미국은 사담(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의 대량살상 무기에 대해 공개적인 언급을 해 줄 망명자를 데려올 수 있다.”(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이라크 침공이 임박한 2003년 1월31일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서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를 만나 한 말이다.

미국 <뉴욕타임스>가 27일 당시의 대화를 기록한 기밀메모를 입수해 보도한 내용을 보면, 두 사람은 이라크 침공을 정당화할 유엔 결의안 채택이나 이라크에서의 대량살상 무기 발견이 난망해지자 이를 타개할 방안을 논의했다. 부시 대통령의 말은 이런 ‘절차’에 상관없이 이라크를 침공하기로 하고, 침공 명분을 조작하기 위해 이라크의 포격을 유도하겠다는 얘기다. 베트남전 당시 북폭의 명분이 됐던 ‘통킹만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블레어 총리의 외교수석보좌관인 데이비드 매닝이 작성한 다섯 장 분량의 이 메모의 주요 내용은 영국 변호사 필립 샌즈가 지난 1월 발간한 <무법천지> 증보판을 통해 알려졌으나, 두 정상의 구체적 발언과 전체 내용은 이번에 처음 밝혀졌다.

메모를 보면, 부시 대통령은 2시간에 걸친 비공개 대화에서 이라크를 비난하는 유엔의 2차 결의안이 없거나 국제 무기사찰단이 비재래식 무기(대량살상 무기)를 이라크에서 발견하지 못해도 이라크 침공은 이미 결정됐음을 블레어 총리에게 명확히 밝혔다. 부시 대통령은 또 계획된 침공에 앞서 이라크에서 비재래식 무기가 발견되지 않을 경우 △이라크의 포격 유도 △사담 후세인 암살 △이라크의 대량살상 무기에 대한 공개적 증언 등 이라크 침공 명분을 조작하는 방법도 언급했다.

이 자리에서 블레어 총리는 군사작전 등이 잘못되거나 이라크가 유전 등을 태우며 저항해 상황이 악화될 경우 유엔의 결의안이 보호막이 될 것이라며 그 필요성을 언급했으나, 부시의 말에 크게 이의를 제기하지는 않았다. 부시 대통령도 유엔의 2차 결의안을 얻기 위해 “미국은 막후에서 총력을 다할 것이며 손목을 비틀거나 협박도 할 것”이라고 밝히면서도, “군사작전의 개시일이 3월10일로 준비됐다”고 블레어 총리에게 밝힌 것으로 돼 있다.

실제로 미국과 영국은 유엔의 결의안을 얻지 못하자, 애초 설정했던 침공 개시일인 3월10일보다 9일 뒤인 3월19일 이라크를 침공했다. 미국과 영국이 이라크 침공을 정당화하려고 정보를 조작했다는 폭로는 2002년 7월 이른바 영국 총리실의 기밀문서인 ‘다우닝가 메모’로도 밝혀진 바 있다.

이 보도를 두고 프레드릭 존스 미국 국가안보위원회 대변인은 “두 지도자의 사적인 대화에 대해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고만 밝혔다. 정의길 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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