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4.16 19:21
수정 : 2006.04.16 23:39
올해말까지 설계 확정해 매년 250기 생산
러시아와 합의한 ‘3분의1로 감축안’과 배치
미국은 6천여기의 활성 핵탄두를 핵실험 없이 기존 핵기술을 이용해 신형 핵탄두로 교체하는 작업을 추진 중이다.
미 핵무기 개발을 총괄하는 린턴 브룩스 미 에너지부 핵안보담당 차관 겸 국가핵안보국(NNSA) 소장은 “올해 말까지 보다 신뢰도가 높고 테러리스트의 손에 넘어갔을 경우 원격 해제도 가능한 차세대 핵무기의 설계를 최종 확정할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15일 보도했다. 브룩스 차관은 이 신문 회견에서 오는 11월까지 로스앨라모스 연구소와 로렌스 리버모어 연구소가 경합 중인 두 개의 설계안 가운데 하나를 차세대 핵무기 설계로 선택하게 될 것이며, 이를 근거로 2008년 예산안에 포함될 예비비용 추계치를 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형 핵탄두는 과거 소련의 핵시설들을 겨냥해 가볍고 작게 만들었던 기존 핵탄두 대신, 보다 크고 안정적이면서도 분실 시에는 원격 조정을 통해 자동 해체시킬 수 있는 ‘사용통제’ 기능을 갖추도록 할 예정이다.
‘신뢰할 만한 핵탄두 교체 프로그램’(RRWP)으로 명명된 이 개편작업은 2년 전 데이비드 홉슨 하원의원(공화·오하이오)이 제안한 것으로, 조지 부시 행정부가 2002년 발표한 핵태세검토보고서(NPR)에 따라 핵전력 재편의 일환으로 채택된 것이다. 이에 따라 거의 50년 가까이 된 캘리포니아, 플로리다, 텍사스, 테네시, 뉴멕시코 등 10여 개 주에 퍼져 있는 핵무기 공장과 시설들을 리모델링하고 통합하는 작업도 병행 추진된다.
미국은 옛 소련과 핵실험금지조약을 맺은 뒤 신형 핵탄두 개발 대신 기존 핵무기고 유지와 해체에 주력하면서, 핵탄두의 수명을 연장하는 데 주력해 왔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는 2002년 핵태세검토보고서 이후 새로운 설계를 통해 보다 강력하고 안전하면서 만들기 쉬운 차세대 핵탄두 개발 쪽으로 핵전략을 전환했다.
국가핵안보국의 한 관계자는 “미국은 매년 250기의 ‘신뢰할 만한 대체핵무기’를 생산해 5년마다 계속해서 기존의 핵무기를 교체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이는 토머스 다고스티노 국가핵안보국 부소장이 지난 6일 미국 하원 청문회에 출석해 “오는 2022년까지 비축용으로 연간 125기의 신형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기본 생산능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밝힌 계획의 2배에 해당하는 규모이다.
미국의 이런 핵무기 개편 계획은 지난 2002년 러시아와 합의한 ‘전략공격용 전력감축협정’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어, 최근 관계가 악화된 러시아 쪽의 대응이 주목된다. 미국과 러시아는 2012년까지 전략핵무기를 현재의 3분의 1 수준인 1700~2200기 수준으로 감축하기로 했었다.
류재훈 기자, 외신종합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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