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4.26 01:06
수정 : 2006.04.26 01:18
출간예정인 전기에서 공개
피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은 2002년 4월 쿠데타로 몰락 직전까지 간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구출하는 데 자신이 큰 구실을 했다고 밝혔다. 친미 성향의 군부와 기득권 세력의 쿠데타로 섬에 유폐된 차베스 대통령은 민중봉기와 그를 지지하는 군의 개입으로 ‘부활’했는데, 이런 막후 얘기가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의 이샤니오 라모네 주필은 카스트로 의장을 인터뷰한 내용을 담아 곧 출간할 예정인 <피델 카스트로, 두 목소리의 전기>에서 이를 공개한다. 이 부분의 내용은 <프로그레소 위클리>에 실렸다.
카스트로 의장은 쿠데타 발생 직후 차베스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죽지 마, 차베스! 아옌데처럼 하지 마!”라고 외쳤다고 말했다. 1973년 칠레 사회주의 정권의 살바도르 아옌데 대통령이 미국이 부추긴 쿠데타에 끝까지 저항하다 살해된 것을 떠올렸다는 얘기다. 또 반군에게 항복하는 대신 사임을 하지는 말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그래야 “역사가 가르치듯” 대중의 지지에 힘입어 복귀할 기회를 노릴 수 있기 때문이었다는 설명이다.
이어 카스트로 의장은 차베스 대통령 딸과의 통화를 녹음해 이를 아바나에 있던 외국기자들한테 공개해, 그가 반군의 주장처럼 사임 의사를 밝히지 않았음을 세계에 알렸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을 지지하는 장군들과의 통화에서는 반군에 맞서라고 요구했고, 반군 진압방식도 조언해 결국 공수부대가 차베스를 구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1973년 칠레의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았다고 카스트로는 회고했다. 그는 미국에 맞서며 ‘작은 카스트로’로 불리는 차베스 대통령을 “(남아메리카의 통합과 자주를 추구하는) 진정한 볼리바리안”이라고 평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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