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는 특히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가 북한 국적자라고 주장하면서 북한에서의 정치적 탄압 등을 이유로 낸 망명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단 한건도 허용한 적이 없다. 물론 조지 부시 대통령이 최근들어 부쩍 탈북자와 북한 인권 문제에 관심을 보여왔고, 제이 레프코위츠 대북 인권특사가 "북한 난민들의 미국 정착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며 적극성을 보이고 있는 와중에 망명을 허용하는 판결이 나왔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기엔 충분하다. 일각에선 "몇몇 탈북자를 곧 미국으로 맞이하게 될 것으로 확신한다"는 레프코위츠 특사의 발언을 이번 LA 이민법원의 재판과 연결시켜 해석하는 시각도 없지는 않다. 게다가 북한 인권법안을 발의한 샘 브라운백 의원 등 연방 상하원 의원 10명이 지난 2월 21일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에게 탈북자의 망명 수용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낸 것도 이번 판결에 영향을 미친게 아니냐는 일부 해석도 나오고 있는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판결 하나로 부시 행정부의 기존 탈북자 정책에 큰 변화가 초래됐다는 해석은 무리라는게 중론이다. 미국 국무부나 국토안보부 관계자들도 28일 "이번 서씨 판결건의 경우 미 행정부의 정책 변화와는 전혀 무관한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삼권분립이 확실하게 보장된 미국에서, 그것도 주(州)마다 편차를 보이는 사법제도가 정착된 미국의 한 지역에서 한국적 탈북자에 망명을 허용하는 판결이 나왔다고 해서 그것이 곧 미국 정부의 입장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너무 성급하다는 것이다. 더욱이 서씨의 경우 사안의 성격상 "한국정부가 정치적 탄압을 하고 있다"며 망명을 신청한 마영애(40.여) 씨 경우와는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는게 사실이다. 서씨는 북한에서 투옥되고 고문당했던 사실을 인정하고 추방당해 북송될 경우 극심한 인권탄압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감안돼 한국 국적자임도 불구, 이례적으로 북한인권법 적용하에 망명이 허용된 케이스여서 마씨의 경우처럼 한미간에 외교적 마찰이 일 소지도 별로 없다. 다만 현재 다양한 루트를 통해 미국에 입국해 체류중인 탈북자들이 서씨의 사례를 참고, LA 법원쪽으로 몰릴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그렇더라도 미국 망명 신청 이유가 한국정부의 인권탄압과 관련이 있는 경우에는 여전히 마씨의 경우처럼 망명 허용이 쉽지 않을 것으로 관계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북한군 중위 출신인 서씨는 1999년 부인, 아들과 함께 처음으로 북한을 탈출해 중국에 머물다 북한으로 강제 송환됐으며 2001년 다시 북한을 탈출, 태국을 거쳐 한국에 입국한 후 2004년 아들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와 망명을 신청했다. 조복래 특파원 cbr@yna.co.kr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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