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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5.02 06:48 수정 : 2006.05.02 06:48

광고나 방송을 진행하는 디스크자키(DJ)도 없이 24시간 음악만 내보내는 FM 방송이 팬들의 사랑속에 갈수록 인기를 끌고 있다.

1일(이하 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광고가 없으니 자연히 수입도 전혀 없이 운영되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는 FM 방송은 애리조나주 휘닉스와 투산 일대에서 주파수 103.1㎒로 방송되는 KCDX.

KCDX의 소문이 퍼지면서 워싱턴주나 캐나다 몬트리올 등지에서도 인터넷에 접속해 듣는 청취자들도 적지않은데, 피닉스와 투산에서는 방송사를 디자인해 넣은 범퍼 스티커가 인기이고 어떤 이들은 "KCDX: 다음은 뭐지?"라는 글을 새겨넣은 티셔츠를 입고 다닌다.

이 방송이 특히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천편일률적인 일반 FM방송에서는 들을 수 없는 다양한 노래들을 들려주기 때문이다.

1960년대만해도 DJ의 취향에 따라 선곡되면서 월 2천여곡이 방송됐다면 요즘에는 인기있는 곡을 중심으로 350곡도 채 안되는 음악만이 선곡되는데, 이는 광고를 좌우하는 청취자를 끌기 위해 인기있는 곡만 선호하게 된 반면 청취자들은 개성없는 방송에 식상해 있었던 것.

하지만 KCDX에서는 학교 휴식시간의 떠들썩함 처럼 일정한 기준 없이 전혀 듣지 못하던 노래들을 내보내는데다 광고도 없고 방송사를 선전하지도 않으며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풀어놓는 DJ도 없으니 롤링스톤스의 노래를 12곡 연속해 내보내도 팬들은 즐겁기만 하다.

더욱이 방송사의 운영자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자 팬들의 궁금증은 폭발했고 자발적으로 운영자를 찾아냈는데, 마침내 방송사 소유주는 테드 터커씨로 밝혀졌다.

출생지나 나이, 주소지 등을 비밀로 하고 있는 터커씨는 청바지를 즐겨 입는 등 검소한 백만장자로 알려진 정도.


`데저트 웨스트 에어 랜처스'라는 이름으로 다른 여러 방송사도 소유하고 있는 터커씨가 연간 20만달러의 운영비를 부담하면서 이런 방송을 운영하게 된 이유는 단지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들을 들을 수 있기 때문.

직원이라고는 전혀 없는 이 방송에서 음악들은 터커씨와 그의 아들이 리스트를 작성하며 이들이 휴가를 갈 때에는 미리 리스트를 입력해 놓거나 컴퓨터가 무작위로 선곡해 내보낸다.

약사 교육을 받은 그는 라디오의 특성에 매료돼 방송 엔지니어를 시작했고 1986년 처음 방송사를 출범시켰다가 2년후 매각한뒤 1990년대말 KCDX를 만들었다.

워낙 음악을 좋아해 처음 발매되는 음반들을 수집하다가 방송사로 확대된 셈인데, 현재 그는 5개 방송사를 운영중이다.

자신이 고른 노래를 라디오를 통해 듣는 어떤 특별한 즐거움을 강조하는 그는 "상업 방송에 화가 난 청취자들에 동감하지만 그렇다고 방송사들을 탓할 수는 없다"며 자신이 방송 관행을 깨는 선구자가 되기를 원치는 않는다고 밝혔다.

매달 십일조를 내자는 극성팬까지 생기는 등 팬들의 감사가 쇄도하고 있는 그는 "처음에는 팬들의 e-메일을 즐겼지만 지금은 위협받을 지경이다. 내가 누구인지 뭐 그리 궁금해 하는 지 모르겠다"면서 "이들은 KCDX를 마치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어떤 것으로 받아들일 정도로 극성을 부리고 있다"고 소개했다.

애리조나를 떠날 지의 여부를 생각중이라는 그는 "팬들이 나를 아끼고 존경하는 것을 알지만 어떤 것의 표상이 되기를 원치는 않으며 이 일을 시작한 것을 후회하지 않기를 바란다"며 "적당한 가격을 제시하면 당장이라도 팔 생각"이라고 밝혔다.

http://blog.yonhapnews.co.kr/isjang/

장익상 특파원 isjang@yna.co.kr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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